▲ 백정현 따뜻한손길 NGO 사무총장

“우리도 어려운데 왜 남의 나라를 도와줘야 하나요?” ‘공적개발원조’(ODA)를 하고 있는 필자에게 물어보는 수 많은 질문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해외 원조에 대해 고개를 젓는다. 우리나라에도 못 사는 이들이 많은데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못 사는 이들이 참 많다. 1950년대 극도로 못살던 대한민국을 도와줬던 수많은 나라들은 과연 어려운 이들이 없었기에, 헐벗고 굶주리던 대한민국에 따스한 온정의 손길을 내밀었을까 생각해 봐야 한다.

못 사는데도 정도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자력으로 국가를 운영할 힘을 가진 나라다. 수십년 전부터 그런 역량을 키웠음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ODA는 세금으로 개발도상국 시민을 돕는 사업이다. 국제사회의 빈곤 퇴치, 경제 발전,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한다. 자국중심주의가 강화되는 추세에 ODA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사람들은 의문을 품는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후 의무가 하나 생겼다. 바로 어려운 개발도상국을 도와줘야 하는 선진국으로서의 의무다. 의무에는 세금이 들어간다. 2023년에만 약 4조5000억원이 개발도상국 지원에 사용됐다. 이 지원금액을 매년 더 늘어난다.

한국은 1953년 6·25 전쟁이 끝날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아프리카보다 훨씬 가난했던 최빈국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전세계 개발도상국의 롤모델인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로 오기까지는 최선을 다해 산 것과 함께 선진국의 막대한 원조를 빼 놓을 수 없다. 1945~1990년대까지 한국은 127억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한국을 지원한 선진국에는 1위에 미국이 있다. 일본은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미국은 대부분 무상원조로 그냥 퍼줬지만, 일본은 상당액이 유상원조로 무이자로 갚는 조건으로 도움을 줬다. 또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호주, 덴마크, 벨기에, 영국, 캐나다, 스웨덴 등도 한국과는 상관 없는 나라인데도 도움을 줬다. 무상원조만 따지면 미국이 압도적이고, 한국의 1960~80년대 외환위기도 막아줬다.

현재 한국도 우리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어려운 국가를 돕고 있다.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기억하고 그 빚을 갚고 있는 것이다.

세상 어느 정부도 자국 내 가난한 사람이나, 어려운 사람이 없다고 판단해 해외 원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 원조를 통해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신분 전환이 된 국가가 모범적으로 해외 원조에 임하게 된다면 그 파급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먼 타국의 사진을 보며 안타까워할 필요도 없다. 불과 50~60여년 전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살았던 대한민국 사진 자료만 보더라도 우리가 무엇 때문에 해외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순수 공여국으로 돌아선 세계 유일의 국가다. 그 시절 우리를 돕던 우방 중에서 이제 원조를 받지 않고서는 국민의 생명을 보장 할 수 없게 돼버린 나라들 또한 많이 있다. 국내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절실한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 많다. 수많은 도움의 손길들을 외면하자는 말도 아니다. 비단, 우리가 과거에 해외원조를 받았었기 때문에 갚아야 한다는 논리도 아니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따뜻한 손길이 지난 세월의 대한민국처럼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도록, 기폭제의 역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분권화 시대를 맞아 지역에서도 개발도상국을 돕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나 기관, 학교, 여러단체가 나서고 있다. 다만, 이런 것들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되다보니 사업 진행이 잘 안되는 것은 물론, 중복지원 등으로 지원의 목적과 의미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이에 울산에서는 체계적인 ODA사업 진행을 위해 지역에 본부를 둔 국제개발협력 NGO비영리법인 ‘따뜻한손길’을 지난 2018년 설립했다. 우리의 가난했던 과거를 냉정하게 돌아보며 컨트롤타워를 통한 ODA사업 진행을 기대한다.

백정현 따뜻한손길 NGO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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