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정원을 만드는 현장을 가면 항상 겪는 즐거운 경험이 있다. 한참 꽃을 심고 있으면 도심 한복판인데도 어디선가 나비들이 날아온다. 이렇게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를 심는 일은 여러 생명과의 공생을 위한 작은 실천이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 정원을 만들 때 사람뿐만 아니라 곤충과 야생동물의 서식처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거창 창포원(사진)은 경상남도 지방정원 1호로 지정된 수변 생태공원으로, 수달, 새매, 큰고니 등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생물과 250여 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종 다양성을 추구하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자 지난해 낙동강 수계기금으로 ‘자연주의 정원’을 새롭게 조성했다.

‘사람과 자연과 동식물 모두가 행복한(Happy) 서식처(Habitat) 정원’을 디자인 콘셉트로, 아름다운 아이리스의 다양한 색상에서 주조색을 정해 공간별 식재 디자인에 반영했다. 7800여㎡의 원형 부지를 크게 4개의 테마로 공간을 나누었다.

나비와 벌이 좋아하는 꽃을 볼 수 있는 ‘나래동산’, 바람의 흐름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라스 특화정원인 ‘바람동산‘, 달처럼 환한 노란색 계열의 꽃을 감상할 수 있는 ’달빛동산‘, ’별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보랏빛 색감을 즐길 수 있는 ‘별빛동산’ 등으로 각 공간을 나선형의 동선과 4개의 구역을 나누는 동선으로 구분했다. 자생초화를 비롯한 숙근초와 그라스 60여 종, 3만 2000여 본 식재되어 있어 계절별로 형형색색의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다. 수직적 요소로 상록수를 곳곳에 배치하고 전망데크와 벤치를 두어 관람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조성이 되어 아직 완성된 모습은 아니지만 인간이 만들어 자연과 공유하며 즐기는 큰 기쁨을 주는 행복한 서식처로 지속 가능한 정원이 될 것이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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