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오랜 침묵을 깨고 마침내 울산에 ‘통큰 투자’를 재개한다. 지난 2015년 한화그룹과 빅딜을 통해 울산지역 화학공장 계열사를 모두 정리한 삼성은 이후 울산에 신규 투자를 사실상 중단해 왔던 터다. 그런데 울산 삼성SDI에 1조6000억원을 들여 양극재와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을 짓기로한 것이다.

삼성의 이번 울산 투자유치로 ‘이차전지 글로벌 산업거점도시’를 꿈꾸는 울산에 드리운 불확실성을 말끔히 걷어낼 수 있게 됐다. 말그대로 ‘이차전지 원소재→소재→전지제조→전기차’에 이르는 울산 ‘전주기 이차전지 공급망’ 구축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울산시는 초격차 기술을 가진 삼성SDI의 투자가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업지원과 관련 부품기업 유치에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울산시와 삼성SDI는 24일 시청에서 산업단지개발 및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내용을 보면 삼성SDI는 1조6000억원을 들여 울산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 내 3공구 개발사업과 양극재 및 배터리 관련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신형 배터리 공장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LFP 생산라인이 세워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삼성의 울산 투자로 정부가 지난해 울산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시 부여한 전고체 배터리와 LFP 배터리 개발도 제 궤도에 오르게 된다. 배터리 완성품뿐만 아니라, 양극 활물질 등 배터리 핵심소재에 대한 산업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질수 있게 된 것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이어, 또 하나의 큰 성과다”라며 삼성의 투자를 환영했다.

이제 울산은 국내 최대의 현대차의 전기차공장과 최대의 삼성 배터리 생산공장을 모두 갖추게 된다. 현대차(완성차)-삼성SDI-고려아연-LS MnM 등으로 이어지는 전기차·이차전지 산업 라인업을 완벽히 구축하는 셈이다. 삼성의 추가 투자도 예상된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울산지역에 대한 투자는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이라며 추가 투자 의지가 있음을 피력했다.

시는 담당 공무원을 파견해 삼성SDI와 지속 협력하고 신속한 인·허가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울산시는 앞으로도 전주기 공급망을 갖춘 세계적인 전기차와 이차전지 거점도시 구축에 고비를 바짝 죄야 한다. 나아가 관련 부품업체 투자와 본사이전, 공급망 구축 협업까지 ‘울산 이차전지 동맹’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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