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2023년 울산시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뉴스라고 하면, 울산의료원의 예비타당성 재조사 탈락을 손에 꼽을 수 있다. 2023년 5월, 울산의료원의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수행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 내용이 일부 공개됐고, 울산의료원 건립 예비타당성 재조사 탈락 소식은 울산의료원의 건립을 바라던 수많은 울산시민들을 실망시켰다. 사실 예비타당성 재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러한 결과가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효율성의 측면에 초점을 둔 예비타당성 재조사는 형평성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보건의료사업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기획재정부 산하 KDI에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가 드물어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의 시각이 예비타당성 재조사에 반영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후 울산의료원의 예비타당성 재조사 전체 보고서가 KDI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울산의료원 예비타당성 재조사에 탈락했다고 하더라도 울산의료원 건립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울산의료원 건립의 재추진을 위해서도 이 보고서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러한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울산의료원 건립 계획에 있어 보완, 수정할 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울산의료원의 설립에 관한 예비타당성 재조사 보고서에서 확인되는 수많은 오류와 불합리함은 반면교사 이전에 제대로 된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다시 요청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만들었다.

구체적으로, 예비타당성 재조사의 경제성 분석 내용에 보건의료 분야의 이해가 부족한 점이 다수 확인됐다. 응급 사망자 수를 28개 중증응급질환이 아닌 3대 주요 응급질환으로만 한정한 점, 경주를 진료권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의 이동시간 절감 편익을 배제한 점, 이동시간 절감 편익은 자가용으로만 추정하고 교통비용 절감 편익은 자가용 또는 대중교통으로 추정해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점, 재활이 필요한 뇌졸중 환자 수를 과소추계할뿐만 아니라 재활 편익도 축소시킨 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간병비용 절감 편익을 과소추정한 점, 만성질환 관리 편익을 당뇨에서만 계산한 점, 당뇨를 완치 질병으로 간주해 만성질환 관리 편익을 제대로 산출하지 못한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정책성 분석에서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울산의료원의 필요성을 따진다고 해놓고 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점이다. 정책성 분석은 크게 사업추진 여건, 정책 효과, 특수평가항목, 3가지로 구분된다. 대규모 감염병 사태 대비를 위한 타당성은 정책 효과 내 안전성 평가 또는 특수평가항목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안전성 평가에서는 특수평가항목으로 이를 미루고 있고, 특수평가항목에서는 이를 화폐적인 가치로 평가하기 힘들다며 그 평가를 누락시키고 있다. 경제 분야의 전문가가 코로나19 등 대규모 감염병 사태 대비를 위한 울산의료원의 필요성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KDI에서 공개한 울산의료원 설립에 관한 예비타당성 재조사 보고서에는 치명적인 오류와 문제점들이 상당수 확인됐다. 이제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울산의료원 건립을 위한 새로운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당장에 떠오르는 대책으로는 KDI에 제대로 된 예비타당성 재조사를 다시 요구하는 방안 또는 아예 울산의료원 설립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추진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울산시에서는 우선 후자의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울산의료원 단독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에 함께 예비타당성 재조사에 탈락한 광주의료원의 광주시와 협력이 중요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의 논리를 매우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울산의료원 설립을 위한 로드맵을 보완해, 2024년 울산시 보건의료 분야에서 가장 큰 뉴스가 울산의료원 건립 최종 확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옥민수 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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