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소 서태평양보다 낮다. 동태평양에서 서태평양으로 부는 무역풍 때문이다. 바람은 공기의 흐름으로 동서남북 제각기 불 수 있지만, 각 고도별로 큰 규모를 지배하는 바람이 있다. 무역풍은 아열대지방을 지배하는 바람으로 북반구에서는 북동쪽으로 방향이 쏠려서 북동무역풍, 남반구에서는 남동쪽으로 쏠려서 남동무역풍이라 부른다. 이렇게 태양에너지가 데운 동태평양 표면의 바닷물을 무역풍의 영향으로 서쪽으로 이동시키면, 바다 밑에서 올라오는 차가운 물이 동태평양의 빈자리를 메우는 원리로 적도 부근의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평소에는 서태평양보다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소보다 뜨거워지는데, 이 현상이 바로 ‘엘니뇨’이다. 태평양 엘니뇨 감시구역(남위 5도~북위 5도, 서경 170~120도)의 해수면 온도가 지난해 4월부터 급상승했다. 실질적인 엘니뇨의 영향은 11월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엘니뇨가 나타났던 해의 기상학적 통계를 검토해보면, 엘니뇨 때 지구 온도는 약 0.2℃ 오르고, 라니냐 때는 약 0.2℃ 떨어지는 경향성을 갖았다. 지역과 계절에 따라 홍수, 가뭄, 태풍, 폭염, 한파 등 이례적 기상 현상도 속출하게 된다. 특히 해수면 온도가 1.5℃ 이상 오르는 ‘슈퍼 엘니뇨’는 지구 온도를 더 높이 끌어올리고 기상 이변의 파괴력도 더 크다. 엘니뇨 중에서도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1.5℃ 이상 차이나면, 강한 엘니뇨. 2℃ 이상 높은 기간이 적어도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슈퍼 엘니뇨’라고 하는데, 통상 엘니뇨가 발생하면 한반도 지역에는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여름철에도 낮은 기온을 보이지만, 겨울철은 비교적 따뜻하고, 내륙에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4월까지 엘니뇨의 영향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류가 초래한 온난화와 슈퍼엘니뇨까지 결합한 올 겨울, 한파와 폭설이 비상이다. 우리나라 5㎞상공에 영하 45℃ 이하의 북극발 한기가 유입되면서 전국이 영하의 기온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중부지방으로 체감온도 영하 20℃ 아래의 혹독한 한파가 찾아온 가운데, 울산도 이번주 영하 8.6℃까지 기온이 하강하고,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10℃를 밑돌았다.

이번 한파는 24일 낮부터 누그러져 다음주는 평년을 크게 웃도는 영상의 포근한 봄날씨가 예상된다. 당장 추운 날씨에서는 따뜻한 봄을 희망하게되지만, 들쑥날쑥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날씨는 기후변화의 시그널이다. 시기적으로 봤을때 기록적인 추위는 이번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지만, 지구온난화로 변동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 남은 겨울까지도이상한파와 이상고온의 날씨가 나타날 가능성은 열려있다. 기상정보를 계속해서 꼼꼼하게 살피며 대비해야하는 이유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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