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육성해 산업구조 다변화하고
도시공간은 소규모 복합화로 조화롭게
삶과 일 균형 유지해 활력 불어넣어야

▲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국가 간의 경쟁 시대에서 도시 간의 경쟁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금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고 20년 후면 인구의 3분의 2가 도시에서 생활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균형 발전정책으로 도시 간의 발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던 시대는 저물어 가고, 도시 간의 무한경쟁 시대가 되었다. 그 도시만의 경제력과 산업, 교육과 복지, 자연과 문화예술, 매력과 재미가 도시의 생존 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시대가 되었다. 팬데믹에 대한 두려움, 빈부격차의 심화에 따른 도시의 불균형은 안식처로서의 도시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를 포용해 줄 도시의 미래는 균형 있는 도시(Blanced City)에 있다. 균형이란 ‘두 가지 물체 혹은 상태 사이에 어느 한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균형 있는 도시란 일과 삶, 인간과 자연, 과거와 미래, 산업과 문화가 서로 균형감 있게 공존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균형 있는 도시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도시로 독일의 함부르크, 스웨덴의 스톡홀름을 들 수 있다. 함부르크는 독일 북부에 있는 항구 도시로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도시로 성장했지만, 1970년대 이후 산업 구조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문화와 관광 분야를 육성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주력했다. 그 결과, 함부르크는 문화와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했고, 지역 간의 격차를 크게 해소했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스톡홀름은 오래전부터 삶의 질과 균형을 우선시하고, 환경보호를 핵심으로 한 ‘지속 가능한 개발’을 추구했다. 20세기 후반에 ‘녹색 성장’이 주목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톡홀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민선 8기의 울산은 이러한 균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산업도시, 경제도시로의 재도약을 위한 지난해의 열정적 노력은 세계적 기업들의 천문학적 투자를 유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4년은 문화와 예술, 관광과 체육이 중심이 되는 균형 있는 도시로 가는 기반을 다지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산업 수도, 산업도시, 산업공간으로 기울어진 무게 추를 환경 수도, 문화도시, 예술 공간으로 새롭게 옮겨가는 다양한 정책들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추진되고 있다.

울산은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업 중심 도시이다. 1970년대부터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 중심의 산업 발전을 통해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산업 구조의 변화와 세계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울산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우려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균형 있는 도시란 일과 삶, 산업과 문화, 경제와 사회, 소프트산업과 제조업, 인공과 자연 같은 대립적 요소들이 균형을 가지고 발전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울산시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에서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균형 있는 도시로의 신속한 변화가 필요하다.

울산이 균형 있는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필요하다.

첫째, 산업의 균형이다. 울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화학 공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산업 구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구조는 경기 변동에 취약하고, 지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높인다. 따라서 울산은 첨단 소재, 바이오, 신에너지, 디자인, AI, IT와 같은 신산업을 육성해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둘째, 도시공간의 균형이다. 울산은 도심과 산업단지가 집중되어 있어 지역 격차가 심각하다. 따라서 울산시는 도심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개발에서 벗어나, 소규모 지역을 복합화, 활성화하는 도시 공간구축을 고민해야만 한다. 최근 파리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15분 도시’의 도입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15분 도시’란 시민들이 도보 또는 자전거를 이용해 15분 내에 문화, 의료, 교육, 복지, 여가, 업무까지 해결이 가능한 도시 공간 구조를 말한다.

셋째, 삶과 일의 균형이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의 도시로 인해 문화와 예술 분야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그러나 울산은 반구대와 같은 차별화된 문화, 예술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특성을 활용해 문화와 예술을 활성화한다면, 삶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며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울산은 새로운 변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울산시의 창의적인 정책과 지역기업의 선도적 투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균형 있는 도시 울산이 실현되길 기대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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