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무임승차로 외부활동 증가 등
노인 보건 향상·의료비 절감 등 순기능도
복지예산 덜어 무임승차 확대 고려해볼만

▲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임승차 폐지에 찬성인 측은 무임승차 비율이 올라가면서 지하철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며 심화되면 국세 지원까지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역세권이나 대도시권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오히려 제값을 다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폐지에 반대인 대한노인회 측은 지하철 적자 요인과 노인의 무임승차는 상관관계가 없다며 방만 경영과 낮은 요금책정 문제 등에 따른 적자를 노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한 1984년 5.9%였던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비율은 2023년 17.5%로 늘어났으며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노인의 인구 수와 총인구 대비 비율은 계속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 대상자가 증가 중이며 탑승횟수도 증가해 지하철의 적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및 5대 광역도시 도시철도 손실의 약 40%를 차지하며 특히 서울메트로는 운영 손실의 68%, 부산교통공사는 약 73%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토부 보고서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지하철 운영 적자의 핵심 원인은 아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운송 횟수 및 열차 편성수는 변화가 없다면서 노인 무임수송 공익서비스가 단위 운영비를 증가시키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만성적자 원인으로 무료 환승시스템에 따른 손실과 OECD 기준 최저수준의 요금을 꼽기도 했다.

해결 방안으로 노인 무임의 연령을 높이거나 특정 시간대(주로 출퇴근 시간대) 탑승시 요금을 받자는 방안, 교통 복지카드(교통비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인 무임 제도로 연간 3650억원의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비용-편익 분석을 2020년 물가 수준으로 환산한 결과를 보면 비용 대비 효과는 60~80%에 달했다. 노인들의 외부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자살자 감소,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의료비 절감 등 노인 보건이 향상되고 노인복지 예산이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노인복지 차원에서 살펴보면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문제는 지역 역차별이나 소득재분배의 형평성에 어긋나는 역진적인 보조이다. 노인 인구가 많은 농어촌 오지 지역이나 도시철도가 없는 도시 지역에 사는 노인들에게는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이 없다는 문제이다. 정작 울산만 하더라도 진행중인 도심 트램은 2029년쯤 개설될 예정이다. 2011년 개통된 부산김해경전철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들에게도 정상적인 운임을 적용하고 있다. 개통 예정인 울산의 도심 트램도 이 사례를 따를 경우, 울산의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혜택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위에서 말한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이익으로 외부 활동의 증가에 따른 노인 보건 향상과 이에 따른 의료비 절감 등으로 인한 노인 복지 예산 절감은 버스 무임승차로 확대 개정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 환경은 아직도 불편한 것이 현실이다. 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보편화 됐지만 승강장과 지하철역까지의 거리도 꽤 된다. 버스는 정류장이 동네 곳곳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울산은 인근 부산이나 대구와 달리 대중교통에 대한 경로무임승차제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65세 이상 노인층에 버스 무임승차제를 시행하면 연간 약 1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계된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재정문제가 가장 주된 이유이며, 향후 트램이 생기면 관련 법에 따라 경로 무임승차 재정지원을 해야 하겠지만, 현재 시내버스 재정지원도 많은 상황에서 쉽사리 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보이는 이 때, 최소한의 노인 복지 차원에서 이동권의 보장 및 보건 향상을 위해 울산광역시의 대중교통에 대한 경로무임승차제의 시급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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