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세계유산의 공식 이름은 국보 ‘천전리 각석’과 ‘반구대 암각화’를 합한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다. 앞서 ‘반구천의 암각화’는 지난해 7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내려면 잠정 목록, 우선 등재 목록, 등재 신청 후보, 등재 신청 대상 등 4단계의 국내 심의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하는데, ‘반구천의 암각화’는 그 동안 이 모든 절차를 거쳐 이제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오는 3월부터 2025년까지 세계유산의 등재 심의와 보존 관리·평가 등을 담당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평가를 거치게 되며, 평가 결과 등재 심의 대상에 오를 경우 2025년 예정된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등재가 확정되면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지난 2010년 1월 잠정 목록에 등재됐으나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중에서도 암각화의 침수는 문화재 보호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세계유산 등재에 큰 걸림돌이 됐다.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 수위 53m부터 물에 잠기기 시작하는데, 비가 많이 내리면 상류의 물살이 거세지면서 암각화 표면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아직 구체적인 침수 방지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유산 등재 신청서가 제출됐고, 이코모스는 곧 본격적인 평가에 착수한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울산시는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인이 울산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과연 그럴지 두고보면 알 일이겠지만 자칫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지 우려스럽다. 더욱이 사연댐 수위 조절은 울산시민들의 식수와 직결돼 있어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울산은 문화재가 극히 빈약한 도시 중의 한 곳이다. 이런 도시에 반구천 암각화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이보다 더 큰 경사는 없을 것이다.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사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코모스가 얼마나 꼼꼼하게 문화재를 살펴보는지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울산시와 문화재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코모스보다도 더 꼼꼼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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