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다가올수록 ‘장보기 겁난다’는 울산 소비자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에 실물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는 가벼워졌는데, 생활물가는 ‘살인적’이라 표현할 정도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선식품을 포함한 생활물가는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소위 ‘금사과’ ‘금귤’ ‘금토마토’ ‘금대파’ 가격은 서민들을 ‘맨붕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1월 울산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로 6개월 만에 2%대로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계 수치와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간극은 예년보다 더 벌어졌다.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지수화한 생활물가는 작년보다 3.3% 올랐고, 신선식품 물가는 작년보다 10.0% 더 올랐다. 신선식품은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한 물가지수다. 대파 시금치 부추 등 많은 농산물 가격은 명절이 임박할수록 계속 오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렇게 물가가 치솟다 보니 올해 차례상을 보는데 드는 비용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물가정보의 조사에선 전통시장에서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설치 비용은 작년 설 때보다 8.9% 늘어난 28만1500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역대 최고치다. 인구의 90%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지역의 대형마트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면 거의 40만원까지 들 것으로 예상됐다.

안 그래도 최근 수년째 높은 물가에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은 설 명절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다. 정부의 공급 확대와 할인 지원 등의 설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은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지를 않을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 서민들의 물가불안 심리는 이제 한숨 소리를 넘어 신음으로 변했을 정도다. 사정이 이럴진데 소외계층·취약계층은 얼마나 힘든 겨울, 고통받는 명절을 보내는 것인가.

이대로는 서민과 소비자들의 물가 불안과 고통을 덜어주기 어렵다. 수급 불안을 야기하는 품목에 대해 일시적으로나마 수입의 문턱을 낮춰 서민들의 고통을 들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음 수확기가 올 때까지 수급 안정을 기대하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부와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다. 경제난 속에 고통받는 성난 소비자 민심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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