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울산시정은 ‘꿀잼도시’를 표방해 왔다. 메마른 산업수도 울산에 별 흥미거리가 없으니 꿀잼도시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꿀잼’이란 ‘꿀처럼 달콤하고 재미있다’는 뜻이다. 무지막지한 크레인이 하늘을 가리는 산업수도 울산에 꿀잼이 없다면 도시가 더욱 메마르게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울산은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울산의 정신이 메말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민족정신이 있듯이 우리 울산에도 ‘울산정신’이라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껏 이런 정신을 제대로 되돌아보지 않았다. ‘꿀잼’이 신나는 도시를 표방한다면 ‘울산정신’은 도시를 지탱해주는 철근 골조 같은 것이다. 꿀잼의 단물이 다 빠져나가도 남아 있는 것이 대대로 살아온 우리 울산인들의 정신이다.

울산은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아동문학가 서덕출, 충숙공 이예 등 많은 인물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곳이다. 그런데 실제 이 인물들을 모신 전시관이나 공원 등을 방문해보면 한적하기 짝이 없고, 전시된 내용물도 매우 빈약하다. 남구 처용암, 고복수 음악관, 수운 최제우 유허지, 박상진 의사 생가 등은 쓸쓸하기조차 하다.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여 시설을 조성했지만, 시설을 건립하고 나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는 증거다.

울산 중구 병영성 인근에 있는 외솔기념관은 2010년 문을 열었다. 2011년에는 현충시설에 지정됐고, 2013년에는 제1종 전문박물관에도 등록됐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박물관 지정 이후 3년마다 실시하는 평가인증에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기념관에는 외솔한글한마당이 열린 10월에만 1만3000여명이 방문했을 뿐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 하물며 외솔이 울산 사람인지 몰랐다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처용암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그 유명한 처용설화의 발상지인데도 찾는 이가 거의 없고, 수운 최제우 유허지는 그가 울산에 머물렀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위정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특히 시민들의 세금을 쓰는 구청장, 군수는 자신의 치적을 쌓는데만 열중하지 말고 ‘울산정신’을 이어가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 지역민도 찾지 않는 ‘역사·문화 명소’에 어떻게 외지 관광객들이 방문하겠는가. ‘울산정신’ 고취에는 울산시장과 울산시교육감의 역할이 막중하다. ‘울산정신’은 잘만 가꾸면 ‘꿀잼도시’로도 통할 수 있는만큼 이번 기회에 울산정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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