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순동 울주군주민자치협의회장

울산 울주 남부권은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도시로 지정된 이래 수출 선봉장으로 대한민국 경제 성장과 발전에 큰 일익을 담당했다. 지금의 성과를 달성하기까지는 지역주민들의 큰 희생과 기여가 있었다. 주민들이 국가와 지역의 발전을 우선시하면서 안전과 환경을 담보로 많은 부분을 양보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울주 남부권에 수년째 변변한 병원이 없다는 것은 너무나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울주 남부권은 종합병원이 없을뿐더러 일반 병원급 의료시설조차 하나 없는 그야말로 의료의 불모지다. 혹자는 “차를 타고 20~30분만 가면 공업탑이나 부산 해운대의 병원에 갈 수 있지 않느냐”고 한다. 하지만 밤에 열나고 배가 아파도 약 받을 병원 조차 없어서 고속도로 타고 타 도시를 전전하는 우리 남부권 주민들의 마음은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경상도 말로 ‘새빠지게’ 일해서 울주군과 울산시를 부자도시로 만들었는데 인간의 기본권인 건강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전혀 대우를 받지 못하는 셈이다.

몇 년 전 울산에 산재환자를 위한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된다고 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미 좋은 의료인프라를 갖춘 범서읍에 병원을 건립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산재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공공병원이 반드시 필요한 울주군 남부권에 산재병원이 지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섭섭함과 아쉬움이 남는다.

이처럼 의료시설이 절실한 마당에 울주군이 단계별로 빨리 군립병원 설립에 나선 것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막연한 기다림이 아니라 군립병원이 운영되면 남부권 주민 모두가 지금보다 훨씬 나은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물론 일각에서는 병원의 규모나 의료서비스 종류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냐는 말도 있다. 필자 또한 당연히 넓은 부지에 번듯하고 큰 건물을 신축해서 군립병원을 만들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미 오랜 시간을 기다린 우리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시 복잡한 행정절차와 정부 심의를 거치는 과정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기에 달갑지 않은 일이다. 또한 적자가 발생하는 공공병원 특성상 향후 지속적인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속없이 마냥 보기에 번지르한 병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기존 건물을 활용하더라도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서 누구나 편안하게 진료도 보고 건강도 관리하고 힐링할 수 있도록 복합헬스케어센터로 조성하면 될 것이다. 이와 덧붙여 우수한 의료진이 온다면 그 어떤 시설보다 주민들이 만족하며 이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군립병원에서 암이나 뇌졸중과 같은 생명과 직결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욕심이라고 여겨진다.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군립병원에서 심각한 병을 고쳐달라는 것이 아니다. 몸이 아프면 언제든지 내가 사는 동네에서 주사라도 맞을 수 있도록 군립병원에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달라는 것이다.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 몸이 아픈 환자들이 양산, 부산 등 다른 도시의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고속도로 위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산업을 이끄는 울주 남부권에서 간단한 응급처치조차 받지 못해 타 도시로 전전해야 하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남부권 주민들에게 내년까지 군립병원을 개원하겠다는 울주군의 결정은 대단히 반길 만한 소식이다. 전국 곳곳의 공공병원에서 높은 급여를 주겠다고 해도 의료진을 못 구하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기에 주민들을 위해 군립병원의 개원을 결정한 울주군의 의지와 발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아쉽거나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일단 군립병원의 문이라도 열어서 알차고 강하게 성장시키면 될 일이다. 첫 술에 배부르지 않겠지만, 첫 술 조차 뜨지 못하면 끼니는 영영 때울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군립병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의료혜택에 굶주린 남부권 주민들에게 든든하고 따뜻한 밥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순동 울주군주민자치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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