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송공묘 출토유물
절송공 이충립의 묘 이장때
출토된 명정·도아 등 기증
1998년 市문화재자료 등록

▲ 이채식씨가 기증한 ‘학성이씨 현령공파 절송공묘 출토유물’.

긴 액자에 소중하게 보관된 유품! 2011년 3월, 기증자 이채식씨의 자택에 방문하여 마주한 기증품, ‘학성이씨 현령공파 절송공묘 출토유물’의 첫인상이었다.

당시 울산박물관에서 근무한지 반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신입 학예연구사였던 필자는 유물팀에서 기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6월 울산박물관 개관을 앞두고 많은 이들의 기증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중 십여 년이 지났어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기증품이 바로 이채식씨가 기증한 ‘학성이씨 현령공파 절송공묘 출토유물’이다.

학성이씨 현령공파 절송공묘 출토유물은 울산 남구 부곡동에 있었던 절송공 이충립(李忠立·1582~1665)의 묘가 울산 정유공장 부지로 편입돼 1988년 묘를 이장하던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충립은 어모장군(禦侮將軍·조선시대 정3품 당하관 무관의 품계) 용양위 좌부장을 지낸 무관 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왜적과 싸운 공로를 인정받아 선무원종 일등공신이 됐다고 전한다.

출토유물은 당시 장례문화를 알 수 있는 명정과 구의, 17세기 남성의 복식문화를 보여주는 도아, 부채, 장도, 생활용구인 얼레빗, 참빗, 갓솔, 귀이개로 구성되며, 17세기 장례풍습과 생활사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8년 울산시 문화재자료로 등록됐다.

기증자 이채식씨는 절송공묘 이장 당시의 상황을 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나무곽 주위에 회를 돌린 회곽묘는 지금의 시멘트처럼 아주 딱딱해 이장이 쉽지 않았던 점, 나무곽도 너무 무거워 포크레인을 이용해 겨우 들어낸 점, 아들이 우연히 곽 밑에서 발견한 부채로 인해 겹겹이 쌓여있던 유물들을 극적으로 발견한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이장 당시의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유물들을 수습해 혹시나 손상될까 액자에 고이 보관해 온 마음에 감동해서일까, 300여 년이 지났음에도 유물의 상태는 아주 양호했다.

이채식씨는 절송공묘 출토유물뿐만 아니라 절송공의 어머니인 숙인 울산 박씨묘 출토유물, 학성이씨 관련 고문서도 울산박물관에 기증했다.

선대부터 소중히 보관해 온 유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박물관으로 보내준 그의 얼굴에는 서운함과 아쉬움이 묻어있는 듯했지만, 양호한 환경에서 영구적으로 보관될 수 있음에 기꺼이 기증품을 내어주었다.

기증자의 이러한 마음이 모여 현재 울산박물관에는 2만여점에 달하는 기증유물이 전시보관 중이다.

기증이란 특별한 선물에 대한 보답은 오랫동안 좋은 환경에서 보관 관리하고 많은 이들에게 기증품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아닐까. 이현정 울산대곡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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