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와 경상일보가 <신복, 기억을 품은 공간-제2공업탑 철거백서>를 발간했다. 울산에서 ‘철거 과정’을 백서로 남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거백서는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의 아쉬움을 알알이 박아놓은 기억의 추억창고라고 할만하다. 그러나 철거백서는 그냥 과거를 기록해 놓은 한권의 책으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울산의 미래를 밝혀주어야 한다. 그래서 울산에서는 제2, 제3의 백서가 나와야 하며 그것들이 합쳐져 울산의 또 하나의 역사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제2공업탑으로 불리는 신복로터리는 1973년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울산~언양고속도로 개통을 기념해 건립됐다. 이 고속도로는 울산이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급하게 건설된 도로였다.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불과 10여년만에 개통됐으며, 허허벌판이었던 신복로터리에는 이후 ‘제2공업탑’으로 불리는 새 조형물이 만들어졌다. 모든 물류는 울산~언양 고속도로를 통해 이뤄졌으며 운전자들은 울산으로 들어서자마자 제2공업탑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2공업탑은 탑 윗부분이 뾰족한 제비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제비탑’으로 부르기도 했다.

조그만 포구에 지나지 않았던 울산이 전국 최대의 국가산업단지로 거듭난 이면에는 제2공업탑의 어두운 그림자도 있었다. 도시가 계속 팽창하다보니 신복로터리에 교통사고가 빈발해졌고, 급기야 제2공업탑 철거론까지 등장했다. 지난 2006년에는 신복로터리가 전국 교통사고 1위라는 오명을 썼으며, 2007년에는 교통량이 수용 한계치를 넘어서기도 했다. 신복로터리는 점점 최악의 교통정체지역으로 악명이 높아갔다.

결과적으로, 민선 8기 울산시는 제2공업탑 철거를 포함해 신복로터리 일대 교통체계 개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최근의 조사결과를 보면 자동차의 정체 현상이나 보행자들의 편리성 등 모두가 월등히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1973년 제2공업탑이 건립된지 50년만의 일이다. 울산은 이제 산업수도로서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울산에 먼저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신복 일대에는 수소트램까지 계획돼 있다.

이 책에는 1960년대 울산 시가지 및 무거동 신복마을 전경, 울산대학교 신축 부지 전경, 초창기 제2공업탑의 모습 등 찾아보기 힘든 진귀한 자료사진들도 함께 수록됐다. 기억은 창조를 낳는다. 이번에 발간된 이 책도 신복로터리의 기억을 바탕으로 울산의 창조적인 미래를 구현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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