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남구 처용공원
처용설화 배경 된 처용암
명소화 위해 일대 공원 지정
10년 넘게 사유지 매입 못해
무질서한 주차·쓰레기 눈살
올해 일몰제 적용 대책 시급

▲ ‘처용공원’ 조성사업이 10년 넘게 지지부진하면서 공원 부지는 화물차와 캠핑카 차고지로 전락했다.

◇울산 문화유산 ‘헛구호’

울산 남구 황성동 외황강 하구를 따라 내려가면 해안가에서 150m가량 떨어진 곳에 작은 돌섬 ‘처용암’이 있다. 처용암은 <삼국유사>에 역신 처용이 바다에서 올라왔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처용설화’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울산시는 지난 1997년 ‘처용암’을 시기념물로 지정했고, ‘처용암’ 명소화를 위해 맞은편 울산미포산단 부지 일부에 ‘처용공원’ 조성을 추진했다.

처용공원은 지난 2004년 공원 조성계획이 수립되면서 발을 뗐다. 당시 공원부지 3140㎡에 3억3000만원을 들여 나무를 심고 짧은 산책로를 조성했다. 이후 2014년 산단 녹지 확보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면서 공원부지는 2만3537㎡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공원 계획이 변경된 지 10년이 넘도록 국·시유지 등 1만7752㎡를 제외한 사유지 5785㎡는 아직 매입조차 안됐다. 공원 부지로 지정된 수십여개 필지 가운데 시유지와 사유지가 뒤섞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공원 조성사업이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인근에 처용리·처용고가교·처용암삼거리·처용로 등 ‘처용’ 이름을 딴 지명이 많지만 정작 처용암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이들이 많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처용공원’을 검색해도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울산의 대표 콘텐츠로 1992년부터 처용문화제를 개최하고, 처용무 등 문화 콘텐츠를 키워가고 있지만, 처용설화의 실제 발원지 ‘처용암’은 도외시되고 있는 셈이다.

◇캠핑장·차고지로 전락

예산 미확보로 지자체의 공원 조성이 지지부진한 사이 ‘처용공원’은 반쪽짜리 공원이 됐다.

지난 4일 찾은 처용공원은 방문객 없이 텅빈 모습이었고, 공원 한쪽에 조성된 처용 캐릭터 동상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처용암 팻말 바로 옆에는 공업지구 개발로 삶의 터전을 옮긴 ‘세죽마을’에 대한 비석만 있을 뿐 처용암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원 한쪽에는 폐어구와 생활쓰레기가 뒤엉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입구에 마련된 정자 외에는 벤치 등 이렇다 할 휴식공간도 갖춰지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처용공원은 캠핑족의 빈번한 취사행위에 따른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여러 차례 민원이 이어지면서 남구의 단속과 계도를 거쳐 완화됐다. 하지만, 조성이 완료되지 않은 공원 부지는 캠핑카와 중장비 기계, 대형 화물차 등의 차고지로 전락했다. 게다가 사유지에는 컨테이너와 가건물에서 식당까지 운영돼 식당 전용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이런 사태는 올해 말이면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지난 2014년 문화공원으로 지정된 처용공원이 올해 12월4일까지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으면 도시공원 일몰제로 공원부지에서 해제되기 때문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여러 공원부지 가운데 우선순위에 따라 부지매입과 조성사업을 추진하다보니 처용공원은 아직 조성이 완료되지 않은 것 같다”며 “올해 당초 예산에 처용공원 조성사업을 위한 사유지 매입 등이 반영 안 됐지만, 지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산단 녹지 마련을 위해 공원으로 지정된 만큼 추경에 반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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