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효 울산 동구의회 의원

조선시대에도 지금과 비슷한 장애인 복지정책이 있었다. 척추장애인, 건강장애인(뇌전증), 지체장애인 등은 장애와 상관없이 과거를 보고 관직에 나갈 수 있었다. 또 시각장애인은 점을 치는 점복, 경을 읽어 질병을 치료하는 독경,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와 같은 직업을 가졌다. 이 외에 교육이 어려운 지적장애인, 언어장애인 등에게 활동보조인을 제공하고, 자립하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은 재생원 같은 구휼기관을 통해 구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은 현대에 와서 더욱 발전했다. 국제연합(UN)이 1981년을 ‘세계장애인의 해’로 정한 이후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1980년대부터 본격적인 정책이 수립됐다. 현 ‘장애인복지법’ 전신인 ‘심신장애자복지법’을 제정했고, 장애인등록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1990년대에는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장애인고용촉진등에관한법률’을 제정하고, 특수교육진흥법을 전면개정했다. 또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을 제정하고, ‘장애인인권헌장’을 제정·공포했다.

2000년대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확대, 장애수당 도입,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 활동보조지원사업 실시, 장애인연금제도 실시 등 장애인의 생활영역 전반으로 정책의 범위가 확대·발전됐다.

이처럼 장애인 정책은 발전돼 왔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이 사라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필자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차별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관련 정책이 보다 세심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필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명시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크기(주차대수 1대 기준)는 너비 3.3m 이상, 길이 5m 이상이다. 너비는 차량주차 구역 2.3m, 주차차량 측면에 있는 휠체어 활동공간 1m로 나뉜다.

문제는 이 면적이 너무 좁다는 점이다. 차량 주차구역의 경우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대형화되는 추세다. 이에 지난 2019년 일반형의 주차면적 기준 너비는 2.3m에서 2.5m로 늘어났지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차량주차 너비는 2.3m 그대로다. 현재 장애인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휠체어 활동공간(1m)도 좁은 건 마찬가지다. 같은 법률에 휠체어 사용자가 통행할 수 있는 접근로의 유효폭은 1.2m 이상으로 명시돼 있다. 휠체어와 옆으로 선 보행자가 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폭이다. 하지만 휠체어 활동공간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장애인들이 대부분 보호자와 동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휠체어 활동공간은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 장애인 편의 제공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기준 국내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ISO의 기준은 너비 3.9m(휠체어 활동공간 1.5m) 이상, 길이 5.4m 이상이다.

또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마지막 구역도 2곳의 휠체어 활동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2개 이상 연결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장애인이 차량 좌측과 우측의 휠체어 활동공간 2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마지막 구역의 경우 주차장 벽에 막혀 주차에 제한이 생기면 한쪽에만 설치된 휠체어 활동공간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문제점이 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장애인이 느끼는 불편을 클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차별 없이,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처럼 비장애인들에게는 문제가 없어 보이는 부분도 다시 한번 확인·개선해 나가는 행정과 정치권의 세심한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강동효 울산 동구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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