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북일기>(赴北日記)
부자 무신 박계숙-박취문
40년 시차두고 쓴 일기모음
꼼꼼한 기록 역사가치 높아
<부북일기>를 통해 알 수 있는 각 병영 단위의 중요한 훈련은 습진(習陣)이었다. 박계숙의 일기에는 진법훈련을 했다는 사실이 네 차례 나온다. 2월과 9월에 각각 두 차례씩 행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진법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빠진 자는 출신군관일지라도 엄한 문책을 받아야 했다. 박계숙도 무단으로 습진에 불참했다가 참사로부터 곤장을 맞은 바 있었다.
<부북일기>에 나타나는 병영생활에서 가장 자세하고도 풍부하게 기록돼 있어 눈길을 끄는 것은 활쏘기다. 활은 총이 나온 이후에도 무인의 무예와 힘을 가늠하는 수단, 체력을 단련하는 수단, 친목을 다지는 놀이의 수단 등으로 계속 기록돼 있다. 군관들을 위시한 무인들은 거의 매일 활쏘기를 하고 박계숙과 박취문도 별다른 업무가 없는 한 거의 매일 활을 쏜 듯하고, 또한 그 사실을 일기에 꼼꼼하게 써 놓았다.
일기는 울산박씨 후손인 박인우(朴寅又)씨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 박홍춘(朴弘春·기증자 13대조)의 장도(長刀)와 함께 울산박물관에 기증했고, 울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부북일기>는 여러 가치 측면에서 역사적인 가치가 높고, 조선시대 무관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는데 아주 중요한 자료다. 또한 경상도에서 함경도 회령에 이르는 여정이 잘 기록돼 당시 교통로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군대 생활은 물론 일상의 소소한 것까지 솔직하게 기록돼 조선시대 부방생활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게 해주는 역사 기록물이다. 조선왕조는 문신 우위의 사회였기 때문에 같은 양반신분이라 하더라도 무신에 관한 자료는 문신의 그 것에 비해 매우 영세한 편이다. 무신의 부방일기인 <부북일기>는 무신이 남긴 일기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 충분하다. 무신의 일기라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약 40년간의 시차를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기록했다는 점에서 아주 귀중한 자료로 평가할 수 있다.
김대성 울산박물관 전시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