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녀 제 오시네 새 풀 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 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오시는고.

님 찾아 가는 길에 내 집 앞을 지나시나
이상도 하오시다 행여 내게 오심인가
미안코 어리석은양 나가 물어 볼까나

해마다 맞이하는 봄의 축복, 봄처녀로 노래

▲ 한분옥 시조시인
▲ 한분옥 시조시인

19일이 우수(雨水)다. 생명을 잉태하는 봄비는 오는 봄을 재촉한다. 누구라도 마음에 봄처녀를 간직한다고 누가 탓할 것인가. 풋풋한 청년만이 봄처녀를 기리는 것만은 아니다. 초로의 신사도, 숙녀도 마음속에 봄처녀를 간직한다고 누가 흠을 할 것이며 그 누가 빼앗을 수는 없는 일. 그것은 오로지 자신만의 정신적 영토이며 영역인 것이며 그 봄처녀는 미래요 희망이다.

‘봄처녀’는 중학교에서 처음 배운 가곡이다. 이은상 작시에 홍난파 작곡으로 아직도 명곡으로 첫봄을 노래하며 애창되고 있다. 명시와 명곡의 만남이다.

그 봄처녀가 봄비로 내리시든지 봄꽃으로 나비 등을 타고 오시든지 봄이 오시는 길목을 서성이며 노래한 시조다. 어린 시절 이 노래 가사가 시조인줄 몰랐다. ‘봄처녀’는 2수로 된 연시조이다. 둘째 수 종장의 ‘미안코 어리석은양 나가 물어 볼까나’ 3 5 4 3의 시조의 음보와 자수에 딱 맞추어 봄 마음을 담아 쓴 시조이다.

해마다 오는 봄은 생명 가진 이들의 축복이다. 이 축복을 축복인줄 알고 받아 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시인은 해마다 오는 이 봄의 축복을 봄처녀로 노래했다. 시인의 시조 ‘그 집 앞’ ‘옛 동산에 올라’ ‘성불사의 밤’ 등은 가곡으로 많은 이들의 애창곡으로 불리운다. ‘가고파’는 외국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에겐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불리는 노래라고도 한다.

1903년 마산에서 태어난 시인은 호는 노산이다. 아버지가 설립한 마산 창신학교 고등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대학 사학과에서 수학한 시조시인이자 사학자로 <노산 시조집> <피 어린 육백리> 등을 펴냈다.

한분옥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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