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출범 후 수교 속도
작년 유엔총회서 비밀회동
‘형제국’ 北 방해공작 고려
극소수 인사 외 철통 보안
北 타격…심리적 압박 효과
대사회주의권 외교 완결판

우리 시간으로 14일 늦은 밤 전격 발표된 한국과 쿠바의 수교 과정에는 상호 접점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치열한 물밑 소통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애초 쿠바는 ‘형제국’ 북한과 관계를 고려해 한국과 수교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런 과정에서 조금씩 마음이 움직였고 마침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수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설연휴 기간에 막판 협의 급진전…국무회의 비공개 의결

수교 협의는 발표 직전인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급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 연휴 직전, 쿠바 측이 적극적인 협의 의사를 표하면서 연휴 내내 미국 뉴욕 주유엔대표부 창구를 통해 양국 정부 간 막판 소통이 이뤄졌다. 양국은 이전까지 뉴욕의 유엔대표부와 멕시코 주재 양국 대사관 채널을 통해 협의를 지속해 왔다.

양국 유엔대표부에서는 황준국 대사와 헤라르도 페날베르 포르탈 대사를 포함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막판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국내에서는 연휴 직후인 지난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비공개로 한·쿠바 수교안이 의결됐다. 국무위원들은 회의장에 착석한 뒤에야 인지했다고 한다.

양측은 이후 뉴욕 현지시간으로 14일 오전 8시(한국시간 14일 오후 10시) 외교 공한을 교환한 뒤 정확히 5분 뒤 이를 공표하기로 ‘분’까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전까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북한의 반발과 방해 공작 가능성 등을 감안한 조치였다.

한 소식통은 “보안을 고려해 1분이라도 서로 어긋남이 없어야 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외교공한 교환 사진도 외부에 배포하지 않았다.

◇ 작년 9월 뉴욕서 외교장관 비공개 회담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외교 수장으로는 처음 쿠바를 방문하는 등 수교 추진에 보다 속도를 냈다. 이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국 외교의 숙원이자 과제”였던 쿠바 수교를 위한 교섭 노력을 적극 펼쳤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비밀리에 개최된 양국 외교장관 회담이 중요 모멘텀 중 하나로 꼽힌다. 박진 당시 외교부 장관은 5월 과테말라 카리브국가연합(ACS) 각료회의, 8월 쿠바 고위인사 방한 등 지난해에만 3차례 쿠바 고위급 인사들과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참모진 보고를 계속 받으며 상황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는 수교 발표 전 이를 통보했다고 한다.

◇쿠바, 협의 과정서 “韓과 외교관계 수립, 국민 만족 확신”

쿠바 측은 수교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우리 측에 “우리 국민이 한국과 외교관계 수립에 상당히 만족할 것이란 확신이 섰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쿠바가 수교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쿠바가 수교 안 한 나라가 우리와 이스라엘 정도인 것 같은데 그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다”며 “또 한류 등으로 인한 쿠바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을 쿠바 정부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중요한 중남미 외교 거점이었던 쿠바가 한국과 수교한 것은 대북 압박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위급 인사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직접 쿠바를 방문하는 등 최우방국이었던 쿠바가 한국과 손을 잡은 ‘현실’을 목격하면서 북한이 정치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교는 과거 동구권 국가를 포함해 북한의 우호 국가였던 대(對)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결국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어떤 것인지, 또 그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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