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시내 나무의사·수필가

입춘이 지나자 SNS에 기다렸다는 듯 꽃소식이 가득하다. 언 땅을 밀고 올라온 복수초며 변산바람꽃의 수줍은 인사에 마음이 팔린 사이 햇살에 얼굴을 물들인 홍매와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갯버들도 아름다운 아우성이다.

겨울에서 봄 사이 땅에 물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나무는 바빠진다. 덩달아 나무의사도 바쁘다. 휴면에서 깨기 전에 가지치기를 해야 하며, 작년에 설치한 해충 잠복소를 제거하는 일도 중요하다. 따뜻한 기운에 싹을 밀어 올린 어린잎이 큰 일교차나 갑작스러운 꽃샘추위에 동해를 입지 않도록 준비도 해야 한다.

나무의사는 생활권 수목에 대한 무분별한 농약 오남용 막고 제대로 된 수목치료를 시행하기 위해 도입된 국가전문자격증이다. 직업을 나무의사라 소개하면 반응이 꽤나 재미있다. 대부분이 생소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리고 꼭 질문을 받는다.

“혹시, 나무 간호사도 있나요?”

▲ 수목의 외과수술은 동공의 부후부를 제거한 뒤 폴리우레탄 폼으로 충전하고 인공수피로 마감한다.
▲ 수목의 외과수술은 동공의 부후부를 제거한 뒤 폴리우레탄 폼으로 충전하고 인공수피로 마감한다.

물론 있다. 나무간호사의 정식 명칭은 수목치료기술자다. 인간이나 동물의 병이 그러하듯 나무의 병도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비슷한 병징을 보이지만 병원체가 다른 경우도 있고 같은 병원체에서 비롯된 병이지만 발생부위나 생육환경에 따라 다른 형태의 병징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사가 나무에 발생한 병해를 원인에 따라 진단과 처방을 하면 수목치료기술자는 간호사처럼 치료한다. 약을 살포하거나 주사를 놓기도 하고 심할 경우 외과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 제도는 2018년 산림보호법 개정으로 도입된 것으로, 5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정착되었다.

나무의사는 어떤 나무들을 진료할까. 농작물을 제외한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나 보호수가 대상이다. 다만, 왕릉이나 궁궐처럼 문화재 관련 법이 적용되는 곳의 수목과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수리기술자(식물보호 분야)가 맡는다. 전문가들이 지향하는 수목치료의 방향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나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태계의 균형과 생물 다양성 유지를 위해 노력한다.

나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허파가 사라져 버린 지구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곧 여린 잎은 혀를 밀어 올리고 홍조를 띤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공기가 사부작대는 계절이다. 성큼성큼 초록이 뛰어다닐 봄날을 기다린다. 송시내 나무의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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