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귀한 새들을 보았다는 제보를 시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6년 만에 온 황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13일, ‘집 앞 논에 백로가 아닌 큰 새가 왔다’면서 북구 천곡동 김치홍(70세) 어르신으로부터 휴대폰 사진이 왔다. 어제까지 두 마리가 왔다가 오늘 한 마리가 왔는데 가버렸다고 했다. 다음에 오면 연락을 주기로 했다. 이틀 후, 비오는 날 오전 8시께 전화가 왔다. 발목에 밴딩을 하지 않은 시베리아에서 온 야생 황새다. 비가 오는 중에 대백로와 먹이활동 중이었다. 그날 다시 다른 곳을 갔다가 1월1일과 10일에 왔다. 16일까지 계속 있다가 17일, 논에 굴삭기가 공사를 하면서 안 온다고 했다. 다시 20일부터 공사하지 않는 논으로 와 있다고 알려왔다.

또 다른 장소에서도 황새 소식이 왔다. 지난 1월8일, 회야강에서 물고기 먹는 황새 영상을 받았다. 12일, 하천에서 휴식을 취하는 황새를 확인했다. 이 황새도 발목 밴딩이 없어 시베리아에서 온 황새였다. 이후 아파트 시민도 전화가 왔다. “황새가 온 사실을 아느냐”고 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계속 있었다고 했다. 북구 황새 소식은 언론에 나왔는데 이쪽은 시에서 모르는 것 같아 연락한다고 했다.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이고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 위기종으로 보호하는 새라서 나오는 곳마다 공개하는 것보다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하고 지속적으로 확인만 하고 있던 차였다. 전화한 시민은 황새가 깨끗한 곳에서 안전하게 있다가 갔으면 한다고 했다. 울산에는 황새가 2017년 이후 6년 만에 왔다. 첫 야생 황새소식은 언론에 공개했다. 두 번째 황새는 도래상황 관찰만 하고 언론공개는 하지 않았다.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검은머리물떼새’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울산 철새 모니터링을 하는 젊은 청년이 담은 사진이다. 같은 날 철새 다리를 다친 검은머리물떼새가 태화강 하구 모래밭에서 갈매기들에게 쫓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구조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현장을 나가 직접 확인을 하지는 못했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다친 새가 있다는 사진과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지난해 12월 동짓날 아침, 큰고니가 구영교 근처에 2마리 있다는 사진이 왔다. 다음날 오전에 나가봤는데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한참동안 소식이 없다가 다시 소식들이 왔다. 다운동 베리끝에서 구영교 쪽에서 노는 다정한 모습이었다. 산책로 가까이 있어 휴대폰으로 찍어도 사진은 선명했다. 지난해와 같이 2마리가 왔다. 작년에는 어린 개체였는데 이번에는 성조(成鳥)들이다.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인 큰기러기도 태화강 하구와 회야강 망양리 인근에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범서읍 망성마을 하천에 수 백 마리가 있던 원앙이 대암댐 여수로 아래쪽에 있다는 영상도 왔다. 또 회야댐 아래 양동마을 인근 하천에 수 십 마리가 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져 온다. 회야강 큰기러기는 현장에서 확인했으나, 원앙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는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

지금 울산을 찾아 온 겨울철새들은 멀리는 시베리아, 몽골, 러시아 연해주 등 대략 3500여㎞를 날아왔다. 5개월 정도 머물다 다시 번식을 위해 되돌아간다. 먼 길을 마다 않고 갔다가 추워지면 다시 돌아 올 것이다. 이처럼 정기적으로 지구를 여행하는 손님들이 울산의 강과 바다를 찾아오고 있다. 울산시민들도 지구여행자를 한 눈에 알아보고 정중하게 맞이하고 있다. 온 손님들이 편히 있다 갈 수 있도록 배려도 하고 있다. 그 손님들이 어떻게 있는가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

탐조하는 활동은 선진 국민들이 하는 취미라고들 한다. 울산은 지리적으로 따뜻한 기후와 추운 기후가 만나는 지역으로, 월동과 번식 혹은 나그네새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리고 울산은 먹이와 휴식할 공간들이 많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그들을 잘 살펴봐주는 시민들이 있다.

내 생활공간 주변에서 처음 보는 새가 있다면 사진이 없더라도 전화도 가능하다. 멀리서 작게 찍힌 휴대폰 사진이라도 보내주면 언제라도 현장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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