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억나는 일들이 수없이 많지만 인사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인사를 나누지 않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그 반대로 모범적으로 인사를 잘하는 교수다.

인사를 나누지 않는 사람은 같은 단과대학에 근무했던 사람이었는데 나와 함께 학장 선거에 출마한 뒤로 나와 인사 나누지 않는 사이가 돼 버린 교수다. 그래도 나는 이전처럼 그를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지만 끝내 그는 나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 일을 생각하면 혹 내 잘못인가 싶기도 해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다. 또 한 교수는 의과대학 교수다. 의대 교수인 의사라면 일반적으로 어딘지 모르게 근엄한 인상으로 살갑게 인사를 잘하지 않을 법한데도 그 교수는 누구와 만나도 겸손하고 친절하게 인사를 잘한다.

거기에 뭘 물어도 친절하게 답을 잘 해준다. 한 예로 동호인 테니스 경기에서 처음 서비스를 넣을 때 상대에게 인사를 하는데 그 교수는 인사할 때마다 모자를 벗고 정중하게 고개숙이며 인사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학에서 화법, 화용론, 말하기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능력은 좀 모자라도 인사 하나 잘하면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좀 과장해서 말하곤 했다.

흔히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한다. 이때 인사란 사람 쓰는 일을 말한다. 그런데 사람에게 친교를 표하는 인사(人事)도 사람을 쓰는 인사와 한자어가 같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뽑아 쓰는냐에 따라 모든 일의 성패가 달린 것처럼 사람에게 인사를 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만사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인사는 말하는 사람이 상대와 지금 수준의 관계나 더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상대의 체면(face)을 살려주려는 친교적 의사소통의 하나다. 따라서 사회적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인사하기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두 달을 보내고 우리 최대 명절인 설도 지났다. 그런데 새해가 되거나 설날이 되면 우리는 지인들에게 서로 인사 나누기 바쁘다. 새해에는 주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나 ‘건강하십시오, 행복하십시오’ ‘설 잘 쇠십시오’ 등과 같이 인사를 한다. 그런데 엄격하게 말하면 그런 인사는 올바른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모두 상대에게 그러하라고 시키는 표현이라 자연스럽지 않다.

더구나 손아래 사람이 손위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 뿐만 아니라 ‘건강하다’나 ‘행복하다’와 같은 형용사에 명령형을 붙이는 것은 어법상으로도 틀린 표현이다. 따라서 ‘건강하시길(복 많이 받으시길, 행복하시길, 설 잘 쇠시길) 기원합니다(빕니다, 바랍니다)’로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나 지금은 너무 굳어진 인사말이라 굳이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인사는 사랑과 정을 나누는 최고의 베풂이요 배려다. 그리고 인사는 인간 관계를 잘할 수 있는 기본적 행위이자 가장 효과적이며 최선의 방법이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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