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김두겸 울산시장이 남구청장으로 재직할 때의 일이었다. 구청장실에는 각종 민원과 고충을 토로하는 주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업인 몇몇이 면담을 요청해 만났다. 기업인들은 의자에 앉기도 전에 수심 가득한 얼굴로 한숨을 토해냈다. 주문이 쇄도해 물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어 공장을 증설해야 하는데 행정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면서 해결책을 요구했다. 특히 공장 옆에 맞춤의 부지가 있지만 그린벨트에 묶여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면서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관련 부서 담당자에게 기업인들의 애로가 해소되도록 지시했다. 이후 절차 간소화 문제는 해결했으나 그린벨트 문제는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모색했지만, 기초자치단체장인 구청장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은 물론 중앙부처 등을 상대로 백방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그때부터 김 시장은 울산의 현재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그린벨트 해제와 조정이 꼭 필요하다는 각오를 새겼다. 구청장을 그만두고 국회의원에 도전한 이유도 불합리한 그린벨트 관련 법과 제도의 정비에 혼신을 쏟겠다는 의지에 따른 결정이었다. 비록,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지는 못했지만, 그린벨트를 향한 김 시장의 집념과 도전은 꺾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한 의욕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때를 기다리던 김 시장에게 마지막 기회의 장이 열렸고, 김 시장은 주저 없이 ‘그린벨트 해제와 조정’을 첫 번째이자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울산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졌다. 승부수는 통했고, 시민들은 압도적인 성원과 지지로 김 시장의 그린벨트 공약에 손을 들어주면서 당선의 영광을 통해 일할 기회를 줬다. 인수위 시절부터 김 시장은 울산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그린벨트 문제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인구 절벽과 지역 소멸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그린벨트라고 분석했다. 지방자치가 제대로 발전하고, 지방분권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도 그린벨트와 관련한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울산은 울주군과 통합 이전에 묶인 그린벨트가 도심 곳곳에 산재해 있어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 지뢰밭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통령과 첫 만남에서도 김 시장은 그린벨트 문제를 과감히 지적했고, 대통령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얻어냈다. 그린벨트 해제와 조정을 위한 김 시장의 저돌적인 추진력은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물론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전방위를 상대로 호소도 하고, 읍소도 했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린벨트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다른 광역단체장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김 시장은 평소 업무 스타일답게 ‘한다면 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추가에 추가를 더한 건의와 제안에 결국 대통령과 정부도 통 큰 결단을 내려줬다.

작년 12월21일 도심융합특구가 민선 8기 개발제한구역 해제 1호로 선정됐다. 그리고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 “울산의 고민과 대한민국 경제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라면서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울산의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윤 대통령은 덧붙여 “그린벨트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할 것”이라며 “그린벨트를 풀어 산업 입지를 더 많이 공급하고, 농지를 풀어서 쓸 수 있게 하겠다”라는 선물 보따리를 추가로 풀었다.

민선 8기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의 첫걸음인 그린벨트 해제와 조정이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이제 울산은 땅이 없어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설하지 못한다는 숙원과 갈증은 말끔하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시장은 바둑으로 치면 두터운 행마보다는 발이 빠른 행마를 선호하고, 그것이 늘 성과와 결실로 돌아왔다. 그린벨트 문제의 실마리를 푼 김두겸 시장은 이제 또 다른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 보폭을 넓고 빠르게 이어가고 있다. ‘김두겸은 합니다’라는 시그널이 ‘울산은 합니다’라는 것으로 이어질 때, 울산은 다시 도약하고, 대한민국도 힘차게 비상할 것이다.

김종대 울산시 대외협력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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