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상민 사회문화부 기자

집 주인이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세입자가 집 화장실을 무단으로 뜯어고친다면 어떻게 될까? 비슷한 일이 울산 동구에서 벌어지려고 하고 있다. 집 주인은 현대백화점, 세입자는 동구청이다.

문제의 무대는 수영장 문을 닫는 것을 끝으로 수년간 운영이 중단된 서부회관 체육시설이다. 서부회관은 동구가 공공 체육시설로 전환을 추진하는 곳이다.

지난해 1월 동구는 건물 3층을 소유주인 현대백화점으로부터 매입했다. 내부 리모델링을 실시해 목욕탕과 피트니스 센터 등을 설치하고 이를 관리할 민간 위탁자를 선정한 뒤 지난 1월16일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운영을 시작한 당일 여자사우나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사우나 내 누전이었다. 이에 동구는 3000만원을 투입해 피해 시설을 복구한 뒤 재개관하기로 계획했고 공사를 완료했다. 하지만 개장은 다시 2~3달이 걸린다고 한다. 이는 추가 공사가 필요하다는 동구의 판단 때문이다. 동구는 시설 노후화에 따른 사고 재발 등을 우려해 지하실에 있는 온수탱크 증설 등의 정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로 일반 예비비 3억원 등 온전히 구비만 투입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동구의회가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동구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예산 편성에만 2~3달이 소요되는 만큼 조속한 운영 재개를 위해 예비비를 투입하겠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서부회관 지하 1층을 포함해 지상 4층까지 건물에서 동구가 소유하고 있는건 3층 한 층 뿐이다. 지하실 역시 백화점 소유다. 결국 급하게 구비를 들여 법인의 시설을 수리하는 셈이라는 게 동구의회 지적의 요점이다. 이와 관련, 동구는 현대백화점과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했으며 정비 이후에도 분담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하실 탱크 증설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가 없다”고 동구의 주장을 반박했다.

동구가 조속한 재개장을 위해 공사를 강행할 경우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나마 현대백화점의 입장에서는 관이 돈을 들여 자신들의 시설물을 개보수해 준다면 마냥 반대할 만한 상황은 아닐 것이어서 다행이라는 예상도 든다.

하지만 동구의회의 지적은 동구가 곱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남의 시설물을 고쳐주기 전에 미리 적절한 협상을 통해 사업비 보조를 이끌어냈다면 동구의회의 지적도 없었을 것이다. 향후 사업 과정에서 예산 절감을 위한 동구의 행정을 기대해 본다.

오상민 사회문화부 기자 sm5@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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