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 앞둔 제22대 총선 공천전 본격화
여야 경선관련 구태 등 잡음도 잇따라
미래 위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

▲ 신형욱 사업국장

‘교수신문’은 지난해 12월10일 2023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정했다. ‘견리망의’는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소중한 의리를 저버려 결국은 크게 손해를 보거나 후회하게 된다는 뜻이다. <장자(莊子)> 산목편에 따르면 어느 날 한 정원으로 사냥을 간 장자는 까치 한 마리를 발견하고 활을 쏘려 하는데, 까치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 까치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사마귀대로 나무 그늘에 있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모두들 당장 눈 앞의 이익에만 마음을 뺏겨 자신이 처한 위험을 몰랐고, 이를 본 장자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정원관리인이 다가와 이 정원에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며 장자를 책망했고, 장자 역시 눈 앞의 이익 때문에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고사에서 유래됐다.

이같은 의미의 ‘견리망의’가 4·10 22대 총선을 치르는 울산 정치권에 소환됐다. 울산 총선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견리망의’하지 마라고 했다. 본인이 당협위원장일 때 공천을 받아 당선된 해당 지역구 일부 시·구의원들이 경쟁 예비후보 편에 서서 자신을 공격하는데 대한 경고이자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앞서 해당 시·구의원들은 이 예비후보가 “정치적 신의를 저버렸고, 의정 활동과 관계없는 지시도 내렸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경쟁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울산의 정치·행정적 영향력이 높은 두 후보의 경쟁은 지역 여론을 양분시키고 결과적으로 줄세우기를 하는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그들의 싸움에 누가 이기든 지지할 맘이 생기지 않는다며 외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풍문을 전한다.

다소간 결의 차이는 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과의 단일화 논란도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기는 마찬가지다. 준연동형비례제 유지로 의석수 확보에 사활을 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이 범야권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 비례대표와 지역구 선거를 놓고 전략상 이유로 울산 북구를 진보당에 양보키로 하면서 반발이 거세다.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이기도 한 이상헌 국회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북구지역위원회 상무위원 등도 특단의 조치까지 언급하며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당내 경선 참여 기회 조차도 잃게 된 3명의 더불어민주당 북구 예비후보들도 단일화를 하더라도 당내 경선 이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 위원장도 “이번 결정으로 울산의 민주당 당원, 특히 울산 유일의 현역 의원 지역구인 북구 당원들은 깊은 상처를 받고 있다”면서 “북구 무공천 결정을 재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2대 총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빠르게 구태가 소환되고 있는 분위기다. 본선 후보 선출을 위한 각 정당의 공천경쟁이 달아오르면서 불편한 언어들이 오가는 한편으로 본선 후보가 유력한 타 정당 후보자에 대한 해묵은 자질론도 다시 소환되고 있다. 입으론 혁신을 외치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나 아니면 안된다는 난공불락의 자기애(自己愛)는 여전히 유효기간이 없어 보인다. 자연스레 인물교체는 뒤로 밀리고 혁신경쟁은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의힘 한동훈표 특권 내려놓기가 서약형태를 통해 표출되는 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당선 이후까지 지켜질 지는 현재 총선판을 들여다 보노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생겨난다.

선거는 나라의 주인이 유권자임을 투표로 보여주는 행위다. 주권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현명한 선택의 중요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험칙상 대부분(?) 그랬듯이 유권자들이 진정한 선량(選良)이 될 후보를 구별하고 선택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권자들이 꼼꼼하게 따져보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 것 만큼이나 후보자나 선량이 된 분들의 ‘견리사의(見利思義·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이유다. 신형욱 사업국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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