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지류인 대곡천 중류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와 함께 또 다른 바위그림인 ‘울주 천전리 각석’(국보 제147호)이 마침내 ‘암각화’ 명칭을 회복했다. 1973년 국보 지정 당시 ‘각석’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후 근 52년 만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에 거주한 신석기인들이 남긴 세계 최초의 고래 그림을, 천전리 암각화는 청동기인들의 생활상과 신라시대 왕족·화랑 기록을 남긴 바위그림이다.

민속학자 김열규 교수는 생전에 “경주의 모든 문화재를 통틀어도 반구대암각화와 바꾸지 않겠다”는 어록을 남을 정도로 선사학적 가치가 높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울산시는 이번 명칭 변경을 계기로 발견 이후 50년 넘게 침수와 노출로 인한 훼손이 심각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관리 대책을 제대로 추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26일 대곡천 천전리 유적 앞에서 현장 브리핑을 갖고 ‘울주 천전리 각석’의 명칭을 ‘울주 천전리 명문(銘文)과 암각화’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앞서 지난 15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명칭 변경을 결정했다.

천전리 각석은 1970년 12월 동국대박물관 학술 조사단 발견 당시 기하학적 문양 등이 표현된 ‘암각화’보다는, 제작 시기와 내용이 명확한 신라시대 명문의 학술 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면서 ‘각석’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이후 최근 특정한 시대가 아니라 선사시대부터 신라시대까지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유산의 이름을 바꾸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명칭이 바뀌었다.

울산시는 두 암각화를 ‘반구천의 암각화’라는 이름으로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 서류 평가와 현장 실사를 앞두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울산은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과 ‘맑은 물 공급 대책’을 연계하면서 10년 이상 허송세월했다. 단순히 명칭만 바꾸거나,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한다고 암각화를 오랜 ‘물고문’에서 자유롭게 해방할 수는 없다. 세계 문화유산을 ‘물’에서 끄집어내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선 문화재 보존, 후 맑은물 대책’으로 전환하자. 그런 연후에 정부와 머리를 맞대 맑은 물 대책을 추진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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