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ㆍ'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진달래는 다른 꽃들보다 이른 시기, 잎이 나기 전에 피는 꽃으로 나뭇가지에 연둣빛 새순이 돋기 전 오직 붉은 색으로만 온산을 물들이는, 그야말로 봄을 알리는 꽃이다. 옛 문인들은 ‘두견화(杜鵑花)’라고도 불렀는데 여기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한다. 중국의 촉(蜀)나라 망제(望帝) 두우(杜宇)가 고국에서 쫓겨난 뒤 고향땅을 그리워하다 죽었는데, 그 넋이 두견새가 되어 밤새 목에서 피가 나도록 울었다고 한다. 그 통한의 피눈물로 꽃잎을 붉게 물들인 것이 바로 진달래꽃이다. 그래서인지 옛 시인들의 작품에서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고도 산속에 쓸쓸히 피었다가 나무꾼의 손에 꺾이고 마는 처량한 존재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 진달래는 우리 옛사람들의 삶에서 떨어질 수 없는 꽃이다. 매년 3월 3일이면 진달래꽃을 따다가 둥글고 납작한 떡을 만들어 그 위에 꽃잎을 펴서 붙인 다음 참기름에 지져 먹었는데, 이는 봄을 맞이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다. 이렇게 진달래꽃은 문인들에게는 처량한 꽃이면서도 백성들에게는 봄철 간식거리인 반갑고 정겨운 꽃이었다.
 

▲ 이방자 여사의 ‘채색진달래’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 이방자 여사의 ‘채색진달래’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구름 낀 산 아득히 서쪽 시내에 막혀서
천고의 원통한 혼 두견새가 되었네.
피 토해 꽃을 물들이고도 한이 풀리지 않는지
기름불에 뛰어들어 스스로 지짐이 되었네.

雲山渺渺隔西川(운산묘묘격서천)
千古寃魂化杜鵑(천고원혼화두견)
泣血染花消未得(읍혈염화소미득)
剩投膏火自相煎(잉투고화자상전)

조선 중기 문인 조우인(曺友仁, 1561~1625)이 지은 <꽃지짐을 읊다(詠煎花)>라는 작품이다. 제목에 이어 ‘나라 풍속에 두견화를 따다가 쌀가루와 섞어 기름에 지져 먹었다’라는 설명이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두견새의 피눈물인가, 이른 봄 입맛을 돋우는 간식거리인가, 그것이 무엇이건 진달래꽃은 봄이 찾아오는 소식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함께 전하는 반가운 손님임에 틀림없으리라.

노경희 울산대 국어국문학부 교수ㆍ<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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