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국 울산 학성고등학교 교사

알람이 울린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몸을 뒤척인다.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나는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한다.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모습이다. 나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다. 대부분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들의 일상이다. 그런 어느 날은 특별하다. 우리들의 시간 속에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그런 날이면 우리는 더 많이 긴장하며 하루를 준비한다. 특별한 하루가 다가온다. 새 학년이 시작된다. 3월 학교는 한 해를 시작한다. 학교는 진급하는 아이들, 입학하는 아이들로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은 새 학급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새로 전입해 온 선생님,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만난다. 새 학년 시작을 알리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다. 그렇게 특별한 하루가 시작된다. 한 해가 시작된다.

아이들은 다짐한다. 1년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친구들과 선생님과 어떻게 지낼 것인지.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아이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 중요한 것은 각자의 다짐은 자연스럽게 공통의 규칙으로 연결돼 서로를 존중하며 생활하기 위한 공동의 인식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담임을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서툴렀다. 아이들과의 만남에서 나는 실패했다. 처음 아이들을 대할 때 웃으며 대하지 말라는 선배의 조언이 있었다. 교사가 아이들에게 쉽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었다. 그 말이 싫었다. 아이들을 관리를 위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의도와 달리 미소로 아이들을 만난 나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배의 조언은 아이들을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교사와 학생, 학생들 간에 서로를 대하는 정확한 원칙을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최초의 만남은 인간관계에서 절대적이다. 최초의 만남이 서로를 대하는 공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초의 만남에서 서로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 정확하게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이다. 학교는 모두의 공간이다. 3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사는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관계를 세우는 과정을 살펴야 한다.

1년을 함께하는 모두와의 관계에서 지치지 않고, 누구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고, 모두 다치지 않으면서 자기의 시간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살펴야 한다. 우리는 같은 시간 속에 존재한다. 나의 시간은 그들과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들의 시간 또한 나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다. 나의 시간이 모두의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누구보다 새로운 각오로 3월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교사의 엄중한 책무다.

이현국 울산 학성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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