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봄인가 보다. 매화 꽃망울 사진을 여기저기서 보내온다. 꿈쩍도 않을 거 같던 땅이 들썩이며 분주해지니 꽃맞이를 하러 나가봐야 할 때다.

울산 중구에는 올해로 두 번째 봄을 맞는 태화연 정원이 있다. 혁신도시와 인접해 있는 생활밀착형 숲 정원이다. 오토캠핑장으로 잘 알려진 곳에 정원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아기자기한 꽃이 사계절 피고 지는 중구의 대표 정원이 되었다. 종갓집 중구에 걸맞게 기존 정자와 연못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요소를 담았다.

태화연화(花)라는 주제로 크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입구 맞이마당은 연꽃잎을 상징하는 휴게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잔디마당으로 걸어 들어가면 양쪽으로 전통담장이 나온다. 흰색 벽면을 배경으로 앞쪽 화단에 심은 꽃들이 시시각각 다른 그림을 그린다. 꽃을 담은 담이라는 뜻으로 꽃담원이라 이름 지었다. 잔디밭과 주변 시설물로 얽혀 있던 장소에 공간의 가독성을 살려주는 역할도 한다. 경계 지어 위요감을 주면서도 안과 밖의 소통을 위해 영롱쌓기를 했다. 영롱담의 비워진 기와 문양 사이로 조명을 비추어 이색적인 야간경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 태화연 꽃담원.
▲ 태화연 꽃담원.

꽃담원을 지나 저수지 쪽으로 가는 데크길에는 퍼걸러 뒤편과 전통담장 사이 판석을 놓아 좁은 사잇길을 두고 밝은 노란빛의 솔잎금계국과 키가 낮은 초화를 양쪽으로 심었다. 천천히 꽃도 보고 생각도 하며 걷는 소요원(逍遙園)이다. 저수지의 탁 트인 경관을 바라보면 마음이 잔잔해지고 평온해진다. 마지막으로 정자 누에 올라가면 두 기둥을 액자 삼아 정원 삼매경에 빠진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아래는 자생초화원이 있다. 지역의 정원사들이 함께 심었던 산마늘, 두메부추, 삼지구엽초, 노루오줌, 하늘매발톱, 부채붓꽃 등 이름도 재미있는 우리 꽃을 계절따라 볼 수 있다. 3월이 되면 귀여운 깽깽이풀이 얼굴을 내밀었나 태화연 정원으로 나가봐야겠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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