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겨울공기가 남아있는 듯 하지만,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풍경은 많다. 그 중에서도 봄을 알리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꽃이다. 꽃이 피는 순서도 종류마다 다른데,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은 매화이다. 언 땅 위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는 봄꽃 중에서 가장 이르게 개화하는 꽃으로 대개 2월 말에서 3월 초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3월 말에는 산수유꽃과 개나리가 봄을 알린다. 그리고 벚꽃과 진달래는 개나리보다 3~4일 정도 늦게 피어나 4월 초·중순에 만개한다. 철쭉이 봄꽃 중 가장 늦게 피는 꽃으로 4월 말이 돼야 피기 시작한다.

올해는 비교적 포근한 겨울 날씨 탓에 이미 봄꽃들이 지난해 12월부터 꽃망울을 터트렸다. 봄소식을 가장 일찍 전하는 매화는 제주도에서 한달이나 빨리 개화소식을 전하더니, 나무 한그루의 80% 가량 꽃이 폈을 때를 일컫는 만개는 1월 26일로, 이미 평년(3월13일)보다 46일이나 빠르게 만개해버렸다. 그 밖의 봄꽃들도 평년보다 꽃이 일찍 피겠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에 따르면, 개나리는 3월10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는 11일, 중부는 21일 개화돼 평년보다 3일에서 5일 가량 빠르겠다. 진달래는 3월11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남부는 15일, 중부는 24일 꽃망울을 터뜨리며 평년기준을 3~5일 가량 앞서겠다.

지난 100년 동안 봄꽃의 개화일은 개나리가 23일, 벚꽃 21일, 매화는 53일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됐다. 올봄 역시 기온이 최근 30년 수준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가능성이 크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의 기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엘니뇨 때문에 따뜻한 남풍이 불어들며 봄꽃의 개화를 재촉했다. 특히 꽃이 피는데에는 2, 3월의 기온변화가 큰 영향을 주는데, 갑자기 추워졌다 갑자기 더워진 변동성이 컸던 최근 날씨가 벚꽃의 개화를 앞당겼다.

춤추는 매화 속에 노란빛을 발산하는 개나리, 수줍게 분홍미소 짓는 진달래, 흐드러지게 핀 벚꽃까지! 봄꽃들은 우리에게 수줍은 미소로 손짓한다. 꽃들의 이른 만남을 우리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의 수줍은 미소가 지구온난화의 가장 잔인한 미소이자 경고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