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의 ‘부정당 업체’ 제재 위기에서 벗어났다. ‘부정당 업체’ 지정 시 국내 특수선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당할 상황에 처할 수 있었던 위기에서 극적으로 구제된 셈이다. 이로써 연 매출 1조 원이 넘는 이 회사 특수선 사업부 직원 1700여 명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또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대한 이중 처벌을 피하게 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잠수함, 구축함 등 국내 함정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해외 수출을 확대해 ‘진격의 K 방산’에 선봉장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7일 계약심의회에서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 업체 제재 심의를 ‘행정지도’로 의결했다.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라는 직접적 제재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이 국가계약법 제27조 1항 1호 및 4호 상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제척기간을 지남에 따라 제재 처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군사기밀 유출은 일반 직원의 개인적 일탈에 불과하다는 게 방사청의 판단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지난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FFX 울산급 배치Ⅲ 5·6번 함 건조 사업 입찰에서 보안사고 감점을 받아 한화오션에 0.1422점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이번에 입찰 자격 제한까지 적용했다면 향후 5년간 해군 함정 사업 입찰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방사청의 보안사고 감점은 내년 11월까지 적용돼 KDDX 사업 입찰 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방사청의 이번 결정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KDDX 입찰에서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치열한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분야, 한화오션은 잠수함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다.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가 부활하면 울산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국의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미국 해군성 장관은 지난달 말 HD현대 울산 본사와 특수선 사업부를 방문해 함정 건조역량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조선 ‘넘버 1’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방산 시장에서도 국토를 수호하고 세계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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