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관리는 허술, 예산은 줄줄
작년 철거된 간절곶세트장
조성 이후 43억원이나 투입
언양황소동상 눈에 안 띄어
다시 돈들여 설치장소 이전
설치 全과정 지속성 고려를

▲ 울산 울주군 언양읍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돼 있는 ‘언양 명품 황소 동상’.
공공 조형물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십억원을 들여 도시 주요 지점에 조성된다. 공공 조형물은 도시의 인상을 바꾸기도 하고, 도시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화려하게 설치된 조형물에는 항상 유지·보수 문제가 따라붙는다. 각 지자체별로 조형물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노후화에 따른 관리 비용 증가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장소 선정 문제로 찾는 이가 없어 예산이 낭비되는 사례도 있고 조성 절차 문제로 도마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유지·보수 과정에서 과도한 예산이 투입된 대표적인 사례는 15년간 자리를 지키다 명확한 활용책을 찾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울주군 간절곶 세트장이다. 간절곶 세트장은 2010년 3335㎡에 드라마 세트장으로 조성됐다. 이후 리모델링, 민간 기업 임차 등을 거치다 노후화 등으로 지난해 말 철거됐다. 조성부터 유지·관리, 철거까지 모두 총 43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과거 시계가 귀하던 시절 세워져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던 시계탑 역시 유지·관리 문제가 제기되는 조형물이다.

울산 공공 조형물에 포함된 시계탑은 중구 시계탑을 포함해 모두 8개다. 이 가운데 중구 시계탑의 기차와 시계는 멈췄고 현재는 정각이 되면 기차 경적 소리만 울린다. 중구는 시계와 기차의 고장이 잦아 지난 2020년부터 수리 방법을 모색한 바 있다. 당시 수리 비용만 2억원이어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들의 수리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동구 남목 역사누리길 기념 시계탑도 노후화로 인한 보수 문제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2016년 역사누리길을 조성하며 함께 세워진 시계탑은 지난해 10월 이후 초침이 고장나 멈춰서 있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이 멈춰 선 시계를 보고 민원을 제기했고, 동구는 시계 약의 수명이 다 된 것으로 판단하고 수리 업체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시계 약이 다 되면 또 다시 보수나 수리가 필요하다.

울주군 언양읍에 세워진 황소 동상은 설치장소 문제로 이전하면서 예산이 낭비된 사례다.

군은 전국 최초의 불고기 특구 지정을 기념하기 위해 언양 중심시가지 거리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언양읍 동부리 177-1에 황소 동상을 설치했다. 소원을 이뤄주는 언양명품황소라는 이름까지 붙었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설치돼 비용 대비 효용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군은 황소 동상을 언양읍 행정복지센터로 옮겼다. 애초 시인성이 좋은 장소에 동상을 설치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조성 비용 문제로 지적을 받는 작품도 있다.

울주군 청사 앞에 설치된 울주 정명천년 상징 조형물은 18억원을 들인 울산 최고가 공공 조형물이다. 군은 지난 2018년 신청사 조성을 기념,천년 역사 울주군의 위상을 높이고 정체성도 확립하기 위해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작품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공 조형물은 조성 단계에서부터 비용이나 가치 산정이 불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술품 등의 작품으로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정립된 기준점이 없다는 것이다.

유용현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는“심사 단계에서부터 공공 조형물이 조성된 이후까지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민형기자 min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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