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금비유치원장

새 학기를 맞아 전국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시작됐다. 늘봄학교는 초등1학년 학생에게 놀이활동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 등을 1년간 매일 2시간 안팎으로 무상 제공하는 제도다. 초등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을 통합한 것이다. 교육부는 2025년에는 초등2학년까지 늘봄학교 대상을 확대하고 2026년에는 초등 전 학년으로 대상을 늘린다는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참여율이 낮고 운영 시간도 짧아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서는 학부모 84%가 참여를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늘봄학교의 운영 주체인 초등학교 및 교사 측에서는 늘봄학교 전격 도입에 대한 상당한 반발이 있는게 사실이다. 반대 이유를 간단히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력 문제다. 늘봄학교를 전면 확대하자면 상당수의 기간제 교사 확충이 필요한데 현재도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부족하여 일선 교사들이 돌봄교실 업무까지 가중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둘째, 시설 문제다.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교내 공간 활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나 초등 저학년 교실은 담임선생님들이 학생 개개인의 공간으로 특화한 경우가 많아 돌봄교실 공용으로 활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봄학교는 아무래도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 그 수요가 가장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늘봄학교의 전격 도입 및 확대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하다.

이러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이를 위해 지역 일선의 사립유치원 적극 활용을 제안해본다. 특히 폐원 또는 휴원 사립유치원 말이다. 작년도 기준 폐원한 사립유치원이 200여 곳에 이르고 2027년에 만3~5세는 73만9000여명으로 현재의 30%이상 감소가 예상된다. 따라서 폐원 또는 휴원 사립유치원의 급증은 예상된 수순이다. 이러한 상황의 사립유치원 활용은 늘봄학교가 현재 안고 있는 근본 문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사립유치원 교사는 정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검증된 인력 풀이고 시설 또한 안전시설 필수 구비 등 교육부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이미 통과하여 우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간이다. 더욱이 늘봄학교의 수요가 가장 높은 초등 저학년은 단순 교육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고 기르는 ‘보육’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덧붙여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라는 특성상 일반적인 매각이나 처분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지역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대안이다.

일부 지역 시교육청은 학교 내 돌봄교실과 직속기관, 지자체, 대학, 사립유치원을 활용한 지역연계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음을 얼마 전 발표했다. 다만 여기서 언급된 시설들 중에서 직속기관과 지자체는 그 구체성이 떨어진다. 정확하게 어떤 직속기관과 지자체의 인프라를 활용할 것인지 확인이 어렵다. 또한 대학은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는 일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지만 애초에 대학은 성인 연령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 늘봄학교의 가장 큰 수요자 비중인 초등 저학년이 이용하기에는 결이 맞지 않는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볼때 역시 가장 현실적이고 연령대에 맞는 시설은 바로 마지막으로 언급된 사립유치원이다.

따라서 지역 인프라 중 늘봄학교와 가장 결이 맞는 사립유치원의 적극 활용을 전국적인 단위로 확대하고 사립유치원의 거점통합돌봄센터로의 전환 등 늘봄학교의 전초기지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훗날 모두가 만족하는 ‘좋은 정책’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김정희 금비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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