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이후 수요 줄었는데
사과·배 가격 고공행진 지속
소비자들 선뜻 지갑 안 열어
상인들도 장사 안돼 한숨만
신선식품이 끌어올린 물가
상승률 다시 3%대로 올라서

▲ 농산물값 고공행진에 국제유가 상승세 등이 겹쳐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울산 남구 신정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야채·과일값이 너무 올라 장바구니에 담기가 겁이 날 정도에요.”

설 명절이 한달이나 지났지만 소비자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수확량 저조 등으로 인한 물량 감소로 야채·과일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6일 찾은 울산 남구 신정시장은 봄을 맞았지만, 치솟은 물가 탓에 분위기가 냉랭하기만 했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시장은 붐볐지만, 판매대 앞에 멈춰서고도 비싼 가격 탓에 선뜻 구매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정시장 곳곳에 자리한 과일가게는 사과·배 등 가격이 높은 국산 과일 대신 비교적 저렴한 수입 바나나와 하우스 딸기, 토마토가 매대 가장 앞줄을 차지했다.

이날 시장을 찾은 한 50대 남성은 “장을 보러 올 때마다 카트 한가득 물건을 샀었다”며 “과일값이 너무 올라 사먹지 않은지 오래 됐다. 특히 사과값이 많이 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과일값이 치솟아 울상인 건 상인들도 매한가지다. 신정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지면서 과일 수확량이 더 줄었다”며 “명절보다 수요가 줄었는데도 가격이 내려갈 조짐이 안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기준 신정시장에서는 어른 주먹만 한 사과 5개가 2만원선에, 한손에 쥐어질 만한 크기의 배 3개가 2만원에 판매됐다.

신선식품 가격이 치솟자 소비자들은 원재료를 구매하기보다는 완제품이나 밀키트를 선호하는 추세다.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이근애씨는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명절 이후로 더 체감한다”며 “차라리 완제품을 사는 게 더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에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인상은 통계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6일 동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월 울산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울산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4% 올랐다. 품목별로는 신선식품이 18.7% 올라 2021년 6월 이후 3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선식품만 오른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소비자들이 많이 구입하는 생활필수품을 대상으로 한 생활물가도 전년동월 대비 3.9% 상승했다. 품목별로 봄철 저온 피해 및 집중호우, 병충해 등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농축수산물을 비롯해 도시가스·전기료 등 전기·가스·수도료, 시내버스료 등 공공서비스, 여행비 등 개인서비스도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울산을 비롯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 들어 다시 3%대로 인상되면서 정부는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이달부터 농축산물 납품단가 인하와 할인 지원에 434억원을 투입해 장바구니 부담을 직접 낮추겠다고 밝혔다. 서정혜기자·김은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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