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찬호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장

갑진년 청룡의 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전 국민적 핫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확대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경영자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않거나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가 중대산업재해에 이르게 한 경영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2023년 한 해에만 800여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어떠한 방법으로도 돌이킬 수 없다. 안전보건관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며, 경쟁력 제고의 첫걸음이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심각한 작업 차질과 함께 품질, 생산성 및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2023년 산업재해에 따른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약 30조원, 근로손실일수는 약 5000만 일에 이른다.

1900년대 초 미국 US steel사(社)는 계속되는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생산제일’이었던 경영방침을 ‘안전제일(一), 품질제이(二), 생산제삼(三)’으로 바꾸고 작업환경을 정비하였다. 그 결과, 산업재해가 감소함과 동시에 품질과 생산성 또한 향상되었다. 이처럼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이며, 경영의 일부이다.

산업안전보건관리,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산업재해 예방목적이 아닌 형벌이나 과태료를 피하려고 안전보건 활동을 형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로감독을 받거나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나서야 문제를 해결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관행이 만연했다. 그러나 앞서 논한 바와 같이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와 손실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큰 악재인 만큼, 이제는 임기응변이 아닌 실질적인 예방 활동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경영자는 법령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 기업별 작업환경과 재정적·기술적인 여건에 맞추어 손에 잡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는 전통적인 안전보건 활동과 달리 사고발생의 책임을 더 이상 안전보건관리자가 아닌 경영자에게 묻고, 단순 처벌 회피를 넘어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손에 잡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는 다음 핵심 요소를 고려해 구축해야 한다. 경영자 리더십과 근로자 참여, 위험요인 파악, 위험요인 제거·대체 및 통제, 비상조치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와 개선이 그것이다. 경영자는 각 기업이 처한 여건에 맞게 손에 잡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그 시작은 기본적인 안전보건 조치에서 출발한다.

이렇듯 중소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시대적 소명이고,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시행에 따라 중소기업의 안전보건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의 필요성에는 십분 공감함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막막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정부는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안전보건지원대책으로 ‘산업안전대진단’을 실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대진단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스스로 진단하고 개선하며 정부지원사업을 맞춤형으로 연계해 중소기업의 안전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산업안전대진단은 안전한 사업장을 조성하기 위해 경영자가 작업장의 안전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안전에 눈을 뜨고 안전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자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안전대진단에 참여한 사업장은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첫째, 안전사고 예방과 근로자 건강보호를 통해 사업장의 안전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사업장 안전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진단 결과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과 정부 지원금을 받아 안전 개선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셋째, 손에 잡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강화해 중대산업사고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넷째, 이렇게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행하게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의무 이행을 증명하여 처벌을 줄이거나 면할 수 있다. 산업안전대진단은 사업장 안전과 경쟁력 확보의 디딤돌이자 주춧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지금 바로 산업안전대진단에 참여하여 사업장의 생사를 좌우할 사망재해라는 걸림돌을 제거하고, 안전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진찬호 산업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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