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선박이 스스로 최적의 항로를 찾아 목적지에 자동으로 이·접안할 수 있는 ‘무인선박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항해사, 기관사, 갑판원의 도움 없이 장시간 운항이 가능하도록 첨단 자율운항선박 시스템을 탑재한 ‘한국형 자율운항실증선박’이 울산에서 처음 건조됐다.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해 해운물류 분야 전반에 패러다임을 바꿀 자율운항선박 시장이 열리고 있다.

울산이 한국형 자율운항선박 기술을 성공적으로 입증한다면 미래 차 모빌리티와 함께 미래 해양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이번 자율운항실증선박 건조를 계기로 울산시는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자율운항선박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8일 현대미포조선 울산 본사에서 국내 최초의 자율운항 실증 선박인 1800TEU급 컨테이너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했다고 밝혔다. 황산화물 저감 장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등 각종 친환경 장치들을 탑재한 이 선박은 이달 말 팬오션에 인도돼 9월부터 1년간 국제항로에서 자율운항 핵심 기술을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 선박은 ‘자율운항 3단계(선원이 탑승하지 않은 채 원격 제어하는 수준)’ 구현이 목표다.

그동안 국내에서 민간 조선사를 중심으로 자율운항 선박의 기술개발과 실증이 활발히 이뤄져 왔지만 민·관이 협력해 자율항해, 디지털 기반 기관 모니터링, 통신 및 보안기술 등을 통합한 자율운항 시스템을 장기간에 걸쳐 국제항로에서 실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수부는 앞서 1603억원을 들여 자율운항 선박 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6월 대형 상선에 자율운항 시스템을 탑재해 세계 최초로 대양 횡단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AI 기관사’를 탑재한 선박을 인도하며 자율운항 선박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자율운행선박 육성을 위한 ‘자율운항선박촉진법’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울산 동구 권명호(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세계 최초의 자율운항 선박에 관한 단일법안이다.

‘조선 메카’ 울산이 자율운항 선박까지 초격차 기술을 확보한다면 미래 선박 시장의 패권을 거머쥘 수도 있다. 다만, 사람의 도움 없이 선박이 완전히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4단계’ 기술까지는 갈 길이 멀다. 정부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율운항선박촉진법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을 조속히 마련해 관련 핵심 기술과 기자재 개발 등의 산업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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