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발병 증가세
진행속도 느리고 생존율 높아
정확한 진단·조기발견 중요
   
여성 호르몬과 연관 있어
미출산 여성에 흔하지만
남성에도 유방암 발생 가능
   
가슴성형수술 의료용 실리콘
암 관련없고 정기검진도 가능

▲ 권진아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교수가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유방암은 20년간 증가하는 암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생존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유방암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하기 때문. 조기에 발견하면 10명 중 9명은 5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불안감과 잘못 알려진 정보들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오히려 암의 조기 발견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권진아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교수의 도움말로 잘못된 유방암 상식들을 바로 잡아봤다.

◇유방암은 여성만 걸리는 암이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은 여성들이 걸리는 암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남성에게도 유선 조직이 있기 때문에 유방암이 생길 수 있다. 다만 남성 유방암의 빈도는 여성 유방암 빈도의 1%도 되지 않는다.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유방암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예후도 여성 유방암보다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남성 유방암의 치료 방법도 여성과 유사하다.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연관이 있다. 즉, 에스트로겐 노출기간이 길어지면 유방암 발생위험이 높아진다. 임신하거나 모유수유를 하면 그 기간만큼은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게 된다.

따라서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은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과 비교했을 때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반대로 출산을 많이 할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옷을 오래 착용하면 유방암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권진아 울산대병원 외과 교수는 “브래지어 착용 또는 미착용과 유방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연구는 없었다”며 “속옷의 착용이 림프 흐름을 방해해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가슴성형수술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 높아진다?

가슴성형수술을 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가설도 많다.

권 교수는 그러나 “의료용 실리콘과 유방암의 관계에 대한 연구들에서 실리콘을 삽입한 여성에서의 유방암 발생률은 오히려 낮게 보고돼 의료용 실리콘이 유방암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유방촬영술을 시행할 때 보형물이 터지거나 변형이 올까봐 걱정돼 암검진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보형물이 있어도 유방 촬영술, 유방 초음파 검사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정기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쪽 유방에 유방암이 발생한 환자는 반대측 유방에도 유방암이 발생할 위험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 반대측 유방에 암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적 절제술을 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반대측 유방의 예방적 절제술로 인한 명확한 생존율 향상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반대측 유방에 유방암이 발생할 확률은 매년 0.4~0.5% 정도로 보고되고 있고, 전신적 보조요법의 발달로 그 확률은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신 중 유방암이 발견되면 치료를 미뤄야 한다?

임신 중 유방암이 발견되면 치료를 미뤄야 한다는 것도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다.

임신 중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는 일부 제한이 있기는 하나, 일반 유방암의 표준 치료와 최대한 똑같은 원칙 아래 조율이 돼야 한다. 다만 태아에 대한 부작용의 영향 때문에 몇몇 치료방침이 제한되거나 수정될 수 있다.

권 교수는 “임신 중 유방암의 마취와 수술은 적절한 수술 시 태아감시와 혈전 예방에 주의한다면 대체적으로 안전하다”며 “항암화학요법은 임신 2~3기에는 비록 조산아 출산 위험을 높이기는 하나, 기형 형성, 유산, 출산 후 단기간 건강 문제에서는 그 위험도가 높지 않다고 알려져 있어 시행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콩류 중에 다량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성 에스트로겐 중 이소플라본은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방의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종양의 증식 위험을 높일 것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에서는 이소플라본이 유방암 예후와 상관 없거나 심지어 유방암 예후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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