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개최한 민생경제점검회의에서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농산물 가격이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때까지 기간·품목·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납품 단가와 할인 지원을 전폭적으로 시행하겠다”며 “냉해 등으로 상당 기간 높은 가격이 예상되는 사과와 배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5일 마련한 긴급 농축산물가격안정자금 1500억원의 즉각 투입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날 내놓은 정부의 정책으로 물가가 잡힐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3.1% 상승했는데 이는 1월(2.8%)에 비해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다. 울산의 경우 동남지방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같은달 대비 3.4%나 올랐다. 이는 전국 평균 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지난해부터 먹거리 물가는 갈수록 상승해 한계선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다. 그런 면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비상대책을 발표한 것은 어쩌면 타이밍을 놓친 것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물가 오름세는 다음달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최근 신선과일은 41.2%나 올라 32년 5개월 만에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한 사과(71.1%↑)를 시작으로 귤(78.1%↑) 등이 급등했다. 이에 따라 대체재인 배와 딸기 등 다른 과일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밥 재료인 오이와 시금치 값은 하루 사이에도 널뛰기를 몇번씩 하고 한번 오른 치킨·비빔밥·김밥 가격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국제유가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이 배럴당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13%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적인 물가 불안 요소들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직접적으로 고물가를 실감하는 것이 과일과 채소 등인데, 이제는 마트에 가더라도 아예 과일 등에는 손을 내밀지 않는다. 이 가운데 수입 비용에 비해 과도하게 국내 가격을 올리거나 담합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담합행위를 완전히 뿌리뽑아야 할 것이다. 시장 왜곡을 바로 잡지 못하면 물가 관리는 겉돌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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