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식 울산시 환경정책특보 공학박사

유네스코 국제수문학계획(IHP)위원회가 지난 1월 말 국내 최초로 태화강을 생태수문학적 시범유역으로 선정했다. 지구적인 물 위기를 극복하고 수질과 생태환경을 복원한 우수사례와 기법을 가지고 있는 태화강을 우수하천으로 선정해 전 세계에 알리고, 태화강에 적용된 하천복원과 관리기술을 전 세계 하천에 전파하여 많은 나라가 이 사례를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시범유역은 수질과 수량, 생물다양성, 생태계 서비스, 생태복원력 등 4가지 차원에서 유역의 생태학적 및 지속가능성 향상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있다. 태화강의 젖줄로 태어나고 자란 울산사람으로서 느끼는 감회가 남다르고 후세들에게 책임감 또한 무겁게 느낀다. 그 이유는 맑은 강으로의 회귀를 넘어 다함께 태화강을 노래하는 문화공연의 장으로써 미래로 가고자 하는 새로운 울산의 노력을 알리는 것과 더불어 획기적인 기법 등을 통해 세계가 부러워하는 태화강으로 재도약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시화와 공업화로 얼룩진 세계 유수의 강이 그렇듯 그 이전 태화강은 이수삼산으로 불리던 천혜의 경관을 가진 곳이자 생태·문화의 보고였다. 태화강을 보듬은 수십 리의 대숲과 삼호교 주변의 3개의 습지 호수로 이루어진 삼호(三湖, 나가소·낭관호6해연)는 참게를 비롯한 각종 수생 동식물의 안식처이자 그를 따라온 조류들의 대표적인 보금자리였다. 그리고 영험한 용과 결부된 백룡담과 황룡연, 민물게가 잠자듯 포근한 다운동의 기(게)숙등, 민초들의 꿋꿋한 삶을 담은 삼산염전과 합도의 재첩에서 문화를 나르는 창구이자 통로로서의 태화강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던 태화강은 공업입국을 맞아 변화되기 시작했다.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취수탑(현재 태화강 전망대)이 세워지고, 산업역군의 터전으로서 강 주변이 도시로 변화하면서 각종 오염물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침내 자정능력을 잃은 강은 깊은 병이 들어 1992년 한해만 하더라도 물고기가 다섯 차례나 떼죽음을 당하고, 하류에는 모기 유충과 실지렁이들만이 악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울산시민과 울산시, 기업, 전문가들이 힘을 모았다. 강과 하수를 분리하고, 썩은 흙을 걷어냈으며, 생명이 다시 흐르도록 방사보도 철거했다. 강이 호흡할 수 있도록 강변의 콘크리트 호안을 나무·흙·풀·돌로 조합하여 친자연형 호안으로 바꾸는 등 공업으로 나라를 살리려 잠시 등한시 했던 울산의 태화강을 살리는데 온신의 힘을 기울여 마침내 황어, 은어, 연어가 헤엄치는 그때 그 강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를 두고 시민들이 일궈낸 ‘태화강의 기적’이라 하고, ‘에코폴리스 울산, 생태의 강’이라는 인정과 평가를 받았다.

인정은 책임을 부여하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태화강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둔치와 십리대숲을 바탕으로 정원을 꾸며, 대한민국 2호 국가정원이 되었다. 또한 새들과 공존할 수 있도록 일부는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관리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파트너쉽(EAAFP)은 철새들을 부양하는 중요한 지점으로 태화강, 울산만을 전 세계 150번째로 등재했다. 그리고 전국에서 유례없이 찾아오는 새들을 야생 그대로 관찰하는 조류 사파리 관광을 펼쳐 나가고 있다. 유네스코는 이런 스토리가 있는 생태적 수문학적 관리에 대해 세계인들이 태화강을 배워 전 지구적 이상기후로부터 물 확보 및 안전을 담보하기에 태화강이 모범적이라 판단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큰 줄기로서 태화강을 다루었다면, 이제는 보다 세련되고 꼼꼼하게 다루는 단계로 접어들어야 할 때임을 시사해 주기도 한다. 생태 측면에서 비점오염원의 관리와 태화강 상류 곳곳에 설치되어 어류의 상하류 이동을 막고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취수 및 하상유지용 보의 친환경적 전환방법도 모색해야 연어를 비롯한 울산의 민물게 등 생물다양성 복원 등이 지속가능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문화의 측면에서 태화(太和, 위대한 화합)를 기반으로 한 시민과 손님들이 한데 어우러져 태화강을 만끽할 수 있는 세계적인 문화공연의 장을 마련하고, 태화강 전망대를 활용한 수생태 역사관을 꾸며 문화를 녹여내는 물로써 미래의 태화강으로 나아갈 필요성을 느낀다. 강은 흐른다. 흐르지 않으면 강이 아니다. 강물이 역동적으로 흘러가듯이 이제 우리는 새로 가꾸어 활기찬 울산의 태화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수식 울산시 환경정책특보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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