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3월20일은 세계 참새의 날” “그런 날도 있어요? 달력에 표시도 없는데?” ‘참새의 날’은 2009년 도시 참새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인도 환경단체 ‘네이처 포에버 소사이티(Nature Forever Society)’가 프랑스 ‘에코시티 액션재단(Eco-Sys Action Foundation)’과 함께 제정했다고 한다. 보고서나 책자에서는 참새 숫자가 줄고 있다고 한다. 농약사용과 농경지 감소가 그 원인이라 한다.

참새는 작은 새라는 의미로 ‘좀새’에서 ‘참새’가 되었다거나, 15세기 <삼강행실도>에 ‘촘새’라 적혀 있는데 올바르고 진실하다는 뜻의 ‘참새’가 되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영어로는 sparrow(스패로우)로 표기한다. 이는 날개를 ‘파닥파닥’ 짧게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마작의 ‘작’을 참새 작(雀)으로 쓴다. 이는 대나무 패를 섞을 때 참새 지저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한다. 동서양이 같이 참새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모양을 표현하고 있다.

참새목 참새과 참새는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유럽까지 분포하고 있다. 따뜻한 지역에서부터 추운 곳까지 살고 있다. 개체 수도 많고 분포지역도 넓어 환경적응력이 뛰어난 세계적인 조류라고 하겠다.

하수아비가 있음에도 벼 이삭에 무리지어 앉았다가 다시 재잘거리면서 한꺼번에 날아가는 모습이나 덤불 속으로 급하게 숨는 모습들은 익숙하다. 이처럼 참새들은 무리로는 볼 수 있지만 자신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지는 않는다. 또한 참새 생태를 아는 이들도 드물다. 암수 색깔도 구분이 안 된다. 하지만 성숙 개체와 어린 개체는 구별이 된다. 사람으로 치면 귀 부분에 검은 깃이 있으면 어른 참새이고 검은 깃이 희미하고 부리 옆에 노란 깃이 있으면 어린 참새다. 참새는 한번에 4개에서 6개의 알을 낳아 12일을 품고 새끼는 14일이 지나면 둥지를 떠난다. 10일 정도 어미가 주는 먹이를 먹는다. 이 때 먹이 잡는 방법이나 살아가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새끼를 기를 때 하루 600번 정도 먹이를 가져와 먹인다고 한다. 2주 만에 키워내려면 그만큼 부지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생태적 습성으로 인해 중국에서 4가지 해로운 것을 없애는 운동을 펼칠 때 쥐, 모기, 파리와 함께 참새도 퇴치 대상이 됐다. 곡식을 먹는 새라는 이유였다. 한해 2억1000마리를 잡고 나니 대흉년이 들었다. 최대 6000만 명이 굶어죽는 일이 생겼다고 한다. 참새가 곡식뿐 아니라 해충도 많이 잡았다는 점을 몰랐던 것이다. 이후 러시아로부터 20만 마리의 참새를 수입해서 풀었다고 한다.

쥐가 다 사라지면 맹금류인 부엉이나 매들의 먹이가 부족해지고 모기가 사라지면 모기유충을 먹는 미꾸라지들의 개체가 줄어드는 등 생태계 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생태계 안의 생명체는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늘 보이던 것이 멸종위기 단계로 가다가 멸종하는 경우들이 많다. 얼마 전 멸종위기야생동물 후보에 올랐던 ‘가재’가 좋은 예라고 하겠다.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환경부 멸종위기야생생물들도 한 때는 언제라도 볼 수 있는 생물들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참새’는 언제 들어도 친숙한 존재다. 참새의 날만이라도 그들을 다시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황새, 고니, 참수리,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호사비오리 등 멸종위기야생생물들이 울산에 오면 반갑고 뉴스가 된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에 중요한 위치에 있고 자주 못 봐서인지 더 귀해 보인다. 하지만 참새, 딱새, 박새,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 멧비둘기 등 텃새들도 자세히 보면 멸종위기종 만큼이나 아름다운 깃털을 갖고 있다. 작은 새들은 천적을 피해 생존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다. 하천가 덤불이나 작은 숲들은 우리에게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새끼를 낳아 안전하게 길러낼 공간이다. 그들과 함께 사는 우리는 그 공간을 보호해 줄 의무가 있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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