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백성의 선물 ‘만인산’
언양현감 윤병관의 일산으로
보존·복원 거쳐 복제품 제작
2021년 市 민속문화재 지정

▲ 기증 당시의 만인산 모습.
▲ 만인산 복제품
울산지역민의 기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던 2016년 1월, 서울에서 ‘만인산’ 기증 의사를 밝힌 전화 한 통이 왔었다. 당시 타지역에서 기증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던 일이라 울산박물관 유물팀에서는 직접 서울로 가서 운송해 왔었고 기증자 윤정열씨는 만인산 외에도 다수의 유물을 함께 기증해 주었다.

만인산은 고을 사람들이 지방관리의 공덕을 기리며 감사의 표시로 바친 일산(日傘)을 말한다. 전 고을 사람의 이름을 새긴 일산이라 하여 ‘천인산(千人傘)’ 또는 ‘만인산(萬人傘)’이라 하며, 공덕을 기린다는 의미로 송덕산(頌德傘)이라고도 했다. 일산은 수령이나 감사가 외직으로 나갈 때 햇빛을 가리는 의장의 하나로 큰 양산이었으나, 조선 후기에는 송덕비와 함께 수령의 공덕을 기리는 백성의 선물이 되었다.

울산박물관에서 기증받은 만인산은 윤정열씨의 고조부 윤병관(尹秉寬)이 1887년 언양 현감을 지낼 때 지역민으로부터 받은 일산이며, 윤병관(尹秉寬 1848~1903)은 파평윤씨 정정공파(貞靖公派), 자는 치도(致道), 호는 우재(愚齋), 1872년(同治11년) 무과 급제로 관직을 시작해 언양현감(彦陽縣監)과 종성진 도호부사(鍾城鎭 都護府使) 등을 지냈다.

만인산은 손잡이에 해당하는 자루, 햇빛을 차단하는 덮개, 덮개를 펼쳐주는 살대, 장식의 의미를 포함한 꼭지로 이루어지나, 윤병관의 만인산은 덮개만 남아 있었다. 여덟 조각의 명주를 이어붙여 덮개를 제작했으며, 상판은 백색, 중심부는 붉은 주색으로 되어 있다. 중심부 붉은 주색 부분에는 ‘통훈대부 행 언양헌감 윤후병관 청덕선정 영세불망 만인산(通訓大夫 行 彦陽縣監 尹侯秉寬 淸德善政 永世不忘 萬人傘)’이라 적혀있다. 바깥에는 주사(主事)와 도감(都監), 좌수(座首), 행수(行首) 등을 역임한 사람과 언양 고을 사람 여러 명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윤병관의 만인산은 기증 당시 하단의 직물은 열화 되어 찢겨 있고, 얼룩 및 오염, 덮개 부분의 색은 변·퇴색되어 있는 상태였다. 필자는 보존과학 전공자로 구김이 심하여 형태를 알 수 없었던 만인산 원래의 모습을 찾아주기 위해 2016년 보존처리를 진행하여 덮개 부분의 형태를 완성했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의 자문, 문헌 등 고증을 통하여 19세기 제작된 만인산의 형태로 살대, 자루, 꼭지 등을 복원하여 복제품을 제작했다. 만인산은 2021년 6월24일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울산광역시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후손인 기증자는 서울에 살면서 조상의 유품을 원래 있던 곳 울산으로 돌려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의 귀한 마음에 경의를 표하며, 현재 울산박물관 수장고에 잘 보관되어 있으며, 복제품은 역사실에 전시되어 있다.

황선혜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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