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사랑의 아픔, 하나씩 떨어지는 목련 꽃잎 같아”

▲ 송은숙 시인
▲ 송은숙 시인

소설가 김훈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서야 비로소 떨어진다.’고 목련의 낙화를 표현하였다. 과연 목련은 동백처럼 송이째 툭 떨어지지도, 벚꽃처럼 난분분 흩날리지도 않고, 꽃잎이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떨어져 내려 생에 대한 진한 미련이 느껴진다. 더구나 그 끝은 불탄 자국처럼 검게 변해 참혹하기까지 하다.

시인은 이런 목련의 낙화를 통해 사랑의 끝과 헤어짐의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깊은 사랑에는 깊은 상처와 흉터가 남는 법. 그렇다고 사랑을 하지 않겠는가. 떨어진 꽃잎이 아름답지 않다고 해서 목련꽃도 아름답지 않은가. 아예 떨어지지조차 못하고 줄기 끝에서 시들어가는 장미도 피었을 때는 아름다움의 극치로 찬탄의 대상이었다.

목련꽃도 생의 절정에서는 순백의 신부처럼 청초하고 고아했다.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찬란했다. 그러니 그 기억이 있는 한 지는 꽃도 꽃이다. 낙화도 꽃방석이다. 피딱지는 사랑의 흔적이고, 사랑했다는 것은 청춘의 한 시절을 맹렬히, 온몸으로 살았다는 것, 그러므로 시인의 입을 빌어 말한다면 그대, 후회하지 말기를. ‘기억의 비늘’이 날리는 것을 무연히 바라보며 저 꽃잎이 시들어가는 느린 시간을 묵묵히 견디기를.

송은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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