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석유화학 및 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공업용수는 1970년대부터 한국 산업발전과 더불어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업용수의 안정적인 공급망은 국가 산업발전 및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기업유치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반시설이다. 온산국가산업단지 하수처리수 재이용 민간투자사업(BTO)은 방류수 중 하루에 약 8~10만t을 하수처리수 재이용시설에서 MF 및 RO로 처리하여 공업용수 수요처에 양질의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2023년 말 현재 시설용량 12만t/일인 온산수질개선사업소에서는 다량의 하수처리 방류수가 울산 연안으로 방류되고 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은 단지 확장에 따른 온산국가산단 입주업체의 용수 확보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ESG 경영 및 중앙정부인 환경부의 정책 의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온산석화단지의 안정적인 공업용수 확보다. 울산시에서는 온산국가산단 확장단지 개발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당 사업이 2023년 제2차 공기업·준정부기관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으로 최종 선정되어,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예타 통과가 무난할 듯하다. 시는 부지조성 공사 등을 거쳐 오는 2030년까지 확장단지를 준공하려 한다. 그러나 온산정수장의 시설용량으론 계속 증가하는 공업용수량을 맞출 수 없으므로, 2029년 공급을 목표로 하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에 대한 추진이 불가피하다.

둘째, 글로벌 기후펀드와 대규모 용수 수요처에 대한 대응이다. 2023년 9월 전 세계의 반도체 기업을 긴장시키는 보도가 블룸버그를 통해 나왔는데,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펀드가 7월 말부터 TSMC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는 내용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애버딘은 투자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워터리스크’를 제시하며, “반도체 기업이 어떻게 공업용수를 관리하는지 우선적으로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고 공개했다. 국내 최대 공업용수 수요처인 삼성전자는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완공되면 약 65만t/일의 공급용수가 필요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하루 47만t 이상의 하수처리 재이용수를 사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셋째, 온산국가산단 입주업체의 ESG 경영에 대한 실행 의지다. 공업용수 수요처의 취수량 저감은 물을 얼마나 쓰고 절약하는지 정확히 측정하는 단계부터 시작한다. ESG를 고려한 투자가 대세인 현재도, 기업이 물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측정하는 국제적 표준은 전무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처럼 물관리 기준을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전략으로 세우는 방안도 가능하다. 그러므로 온산국가산단의 기존 입주업체 중 공업용수 사용량이 많은 회사들은 하수재이용수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낙동강’이 되도록 앞장서야 한다.

넷째, 중앙정부인 환경부의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정적 대체수자원 확보 정책이다. 최근 생산시설 증설사업이 곳곳에서 진행돼 향후 공업용수 확보가 녹록지 않을 것이다. 이에 환경부에서는 국가 최상위 계획인 국가수도기본계획에 온산국가산단에 대한 6만t/일의 재이용수 공급 계획량을 반영했다. 또한, 2023년 환경부가 수립한 낙동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에는 낙동강 수질에 영향이 없는 하수재이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물 이용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기술하여 대규모 용수 수요처에 재이용수를 활용하도록 명기했다. 울산시가 적극적으로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위한 조치 등 행정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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