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여년 삶의 경험 녹여내
울산 김성렬 시인 ‘가족의…’
허윤정 시인 ‘…한줄시’ 출간

70~80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노(老) 시인들이 잇따라 시집을 출간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김성렬(71) 시인과 동인지 ‘맥’의 발행인과 편집주간을 지낸 허윤정(85)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 ◇김성렬 시인, 5번째 시집 ‘가족의 그늘’ 출간
▲ ◇김성렬 시인, 5번째 시집 ‘가족의 그늘’ 출간

◇김성렬 시인, 5번째 시집 ‘가족의 그늘’ 출간

▲ 김성렬
▲ 김성렬

김성렬 시인의 5번째 시집 ‘가족의 그늘’(시인동네, 114쪽)은 1~4부에 걸쳐 총 66편의 시가 실렸다. 이번 시집의 키워드는 ‘그늘’이다.

‘그늘’은 상반된 의미를 지닌 단어로, 김 시인은 이를 통해 시적 표현을 다채롭게 전달하고 있다. ‘그늘’이라는 단어는 관형어에 따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데, 김성렬 시인은 이를 통해 중의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대상의 보호와 혜택을 표현하고 있다.

김 시인의 시는 삶의 그늘이 거느리는 넉넉한 힘으로 존재하며, 이는 시간이 마모시킨 삶의 흔적을 이해와 배려가 어우러진 삶가움으로 치환시켜 나가는 힘이기도 하다. 그의 시는 무엇보다도 진정성 있는 자기 고백을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성찰과 공감을 전달한다.

신상조 문학평론가는 저자의 작품에 대해 “김 시인의 시가 그려내는 세상살이의 풍경이 밝고 환한 빛으로 가득한 건 아니지만, 그 삶의 풍경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이 종국에는 내면적인 힘으로 단련된 생의 에너지로 전이된다”며 “인생은 그렇듯 자애롭게 품으며 이해하고 참아야 눈부시게 아름다운 건 아닐까”라고 말했다.

김 시인은 “시를 쓸 때만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런 날들이, 그런 사람들이, 그런 사물들이 내게로 오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이 일상이 됐다. 나는 시의 힘을 믿는다. 나의 이후는 이전보다 더 뜨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렬 시인은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을 졸업했다. 2008년 ‘시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종점으로 가는 여자’, ‘본전 생각’, ‘나의 꽃이 너의 꽃이 되었다’, ‘자화상’ 등이 있다.

▲ ◇허윤정 시인, 시집 ‘일백 편의 한줄시’ 펴내
▲ ◇허윤정 시인, 시집 ‘일백 편의 한줄시’ 펴내

◇허윤정 시인, 시집 ‘일백 편의 한줄시’ 펴내

▲ 허윤정
▲ 허윤정

허윤정 시인의 시집 ‘일백 편의 한줄시’(상징학연구소, 164쪽)에는 100편의 시가 실려 있는데 모두가 제목 외에 본문이 단 한 줄이다. 제목 그대로 ‘일백 편의 한줄시’다.

한 줄로 된 시는 여느 시인들도 가끔 쓴다. 하지만, 문예지나 시집을 통해서는 거의 발표하지 않는다.

일본 시인 ‘하이쿠’도 짧은 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문화 체험 소재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시문학이다. 그러나 허 시인의 한줄시는 하우쿠의 시보다 더 짧다.

허 시인의 한줄시는 하나의 낱말 또는 언어로 이뤄져 있다. 상반되거나 무관한 대상을 하나로 묶는다. 그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역설과 아이러니한 내용의 시를 보여준다. 짧지만 깊은 사유와 자연의 섭리가 함축돼 있다. 그런 시인의 한줄시는 사족을 자른 심장만을 지닌 시라 평가받는다.

허 시인은 시집 제목에서 ‘한 줄 시’가 아니고 ‘한줄시’로 표기했다. 이는 시들을 쓸 때 은유를 제대로 구현하는 시인만이 사용하는 ‘은유 알고리듬’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예술평론가 변의수 시인은 “시인은 은유 알고리듬이라는 전위적 실험창작의 기법을 수련해 빛나는 시편들을 짧은 기간에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며 “시인의 시에 대한 열망과 열정은 브레이크가 없다”고 평했다.

허 시인은 “시는 무엇보다도 은유가 중요하다. 장미를 불꽃으로 표현하듯이 은유는 세상일이나 사물을 다르게 보는 일이다”며 “시는 관점을 달리해서 세상이나 사물을 본다. 시는 그래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허 시인은 동인지 맥의 발행인과 편집주간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제1회 백자예술상, 제1회 사임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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