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길이 순식간에 무너져
작업자 8명 추락, 6명 실종
차량 수천대 통행하는 다리
새벽에 발생 대형참사 피해
볼티모어항 선박출입 중지
한동안 물류 혼란 불가피

▲ 2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무너져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동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항구 입구에 있는 2.6㎞ 길이의 대규모 교량이 26일 새벽(현지시간) 대형 컨테이너선박과의 충돌로 거의 대부분이 붕괴했다.

대형 선박이 교각에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발생한 이 사고로 다리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8명이 추락했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직후 실종자 규모가 최대 20명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으나 교통량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데다 선박이 충돌 전 조난 신고를 하고, 차량 출입 통제가 이뤄지면서 대형 참사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수중 구조 작업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계속 파악하고 있다. 다만 테러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일단 결론을 내린 상태다.

로이터·AP·AFP통신, 뉴욕타임스(NYT), NBC 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1시27분께 볼티모어 항만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이하 키 브리지)의 교각에 대형 화물선 한 대가 충돌했다는 보고가 해안경비대에 들어왔다. 이 충돌로 교량이 가운데 부분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사고 당시 교량의 도로 보수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으며 사고 발생 초기에는 다리 위를 지나던 일반 차량 여러 대도 강물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영상을 보면 대형 컨테이너선이 영상에 기록된 시간상으로 오전 1시28분께 주 교각 두 개 중 하나와 충돌한다. 키 브리지 다리는 그 직후 중간 상판부터 주저앉듯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다.

현재까지 교량 붕괴로 강물로 추락한 사람은 모두 8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모두 사고 당시 교량 위에서 포트홀(도로 파임) 작업을 하던 인부라고 폴 위드펠트 메릴랜드주 교통부 장관은 밝혔다. 이 가운데 현재 2명이 구조됐으며 이 중 한 명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외상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다리 붕괴와 관련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소방당국 등은 수중 드론, 음파 및 적외선 장비 등을 통해 물속에 여러 대의 차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수심은 50m 정도며 해가 뜨기 전 수온은 영상 8℃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사고에 대해 보고 받았으며 사고 대응에 가용한 연방 자원을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사고를 낸 컨테이너선은 싱가포르 선적의 ‘달리’ 호로 이날 오전 1시께 볼티모어에서 출항했으며 파나마 운하를 경유해 스리랑카 콜롬보로 갈 예정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선박이 사고 당시 컨테이너 약 4900개를 싣고 있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이 2015년 건조한 이 선박은 3만2000t, 290m 크기에 컨테이너 약 9700개를 실어나를 수 있다. 선주는 그레이스 오션, 용선사는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로 알려졌다.

키 브리지는 퍼탭스코 강 하류에 있는 볼티모어 항 외곽을 가로지르는 길이 약 2.6㎞의 교량이다. 전체 교량 중 56m 가량이 강물 위를 지나고 있으며 이번 사고로 해당 구간 대부분이 붕괴됐다. 양방향 4차선인 이 다리로 수천대의 차량이 매일 통행하고 있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이 때문에 주중에 발생했으면 인명 피해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로 볼티모어항의 선박 출입은 중지된 상태다.

볼티모어항은 미국 동부 해안에서 가장 붐비는 항구 중 하나이며, 특히 자동차와 소형 트럭을 취급하는 항구로는 13년 연속 미국 최대 물동량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이 사고로 북동부 주들과 남동부 주들의 중간 지역에서 몇 주 혹은 수개월의 수송 차질이 야기되고, 주변 보스턴과 마이애미 등의 병목 사태를 피하고자 서부 해안으로 화물 이동이 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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