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아내가 병원에 있을 때 흘린 눈물만 해도 몇 말은 될 겁니다. 이 사람 갔으면 저도 같이 가려고 했습니다"
 병든 아내를 위해 막노동을 해야만 하는 이춘우(58)씨는 질병 때문에 가난해진 경우에 속했다. 3년 전 회사를 정년 퇴직할 때만 해도 직장을 다니면서 마련한 집과 돈이 있었지만 아내의 병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잔병치레 없던 아내 김정미(53)씨는 지난해 11월 갑자기 쓰러졌다. 쓰러지기 전에 보였던 이상 증세를 단순한 감기로 알고 방치한 것이 화근이었다.
 아내의 병명은 폐렴과 성인성 호흡곤란 증후군, 상세불명 패혈증. 울산에서 치료가 안돼 부산으로 병원을 옮겼지만 김씨의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그러나 병원 의사까지도 포기한 상태에서 아내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이씨는 "아내가 살아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지금도 아내만 보면 힘이 납니다. 일주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노동판에서 일하는 것은 오로지 아내 때문입니다"고 말했다.
 이씨의 한달 수입은 70여만원이다. 의료비로 빌린 2천여만원의 이자와 방세를 내기에도 빠듯하다.
 특히 이씨는 의료비로 빌려쓴 사채 200만원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이자를 3개월 밀렸다는 이유로 사채업자가 고용한 사람들이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이씨는 "원금은 갚지도 못한 채 매달 10만원씩 사채업자에게 이자를 내고 있습니다. 빚 갚을 생각에 쉬지도 않고 일하고 있지만 참 많이 힘들군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이씨 부부는 삶의 의욕 만큼은 놓지 않고 있었다. 만성적인 호흡곤란을 겪는 아내는 쓰러지기전에 하던 무료급식봉사에 깊은 애정을 보이고 깊다. 아내는 야음3동 "여성자원봉사회" 회원이다.
 아내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보다 많은 봉사활동에 나서고 싶어 한다. 이씨는 봉사활동으로 지난해 울산시장 표창을 받고 자랑스러워하던 아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아내는 당시 부상으로 받은 수저 한벌을 아직도 갖고 있다.
 이은수 야음3동 사회복지사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이씨 부부가 의료비로 진 빚 때문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가 안타깝다"며 "현재 부부의 희망은 아들이지만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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