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울산-나눔의 온정을(간암 앓고 있는 김종근씨)

"힘들게 살아온 저에게 세상은 혹독하리만치 잔인했습니다. 지금은 늙고 병들었지만 돌봐줄 가족 하나 없이 외롭게 살고 있습니다"
 울산대학병원에서 간암 치료를 받고 있는 김종근(69)씨의 한숨은 지나온 삶의 고통만큼 깊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김씨는 중구 학산동 노인단기보호시설 옆에 조그만 방을 얻어 생활해왔다. 매달 동사무소에서 주는 생계·주거비와 경로연금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김씨는 올 추석을 앞두고 간암 진단을 받은 뒤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렸다. 스스로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데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혈육도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울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개인 긴급자금 300만원을 지원받아 26일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수술 이후 치료비와 생활비는 막막한 상태이다.
 김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사별하고 일가 친척이 없어 독신으로 외가집에서 성장하던 중 외조부와도 사별했다. 홀홀단신으로 세상에 선 김씨는 어릴 때부터 고통을 감내하는 법을 배웠다.
 젊은 날에는 자원해서 해병대에 입대, 4년간 힘든 훈련과정을 받으면서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쳤지만 군 복무를 마친 뒤 그를 반겨주는 곳은 없었다.
 공사판을 전전하며 헛간에서 잠을 청하고 새벽이슬을 맞으며 일을 찾아 헤매는 방랑생활이 반복됐다. 하루 벌어 먹고 살기 바쁜 김씨에게 집은 사치였고, 결혼은 꿈이었다.
 젊은 날의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적어도 김씨에게는 해당이 안됐다. 생을 연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사판에 뛰어들었고 나라를 위해 군복무에 임했지만 얻은 것은 만성C형 간염이었고, 이는 결국 간암으로 커지고 말았다.
 김씨는 "이 나이 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재산이라고는 몸 하나밖에 없는 기구한 인생이 한심스러워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도움을 청하는 탄원서도 넣어보았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며 "남은 인생동안 따뜻한 이웃의 정을 한번이라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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