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암에 걸려 손가락까지 자른 것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합니다. 간병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치료비가 턱없이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입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아들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미숙(여·50)씨. 남들처럼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겠다는 소박한 꿈은 결혼 10년만에 깨졌다. 남편의 외도와 잦은 폭력을 참다 못한 이씨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이혼을 했다.
 조그만 분식집을 하면서 아들을 키워왔지만 불경기의 영향으로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 2천여만원 상당의 빚을 떠 안았다.
 그런데 아들(24)마저 2년전 상피육종이란 암에 걸려 지난 7월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절단, 매달 한번씩 서울로 통원치료를 다니고 있다. 교통비도 만만치 않은데다 의료보험에서 제외돼 치료비 부담이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 이씨는 남구자활후견기관에서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간병가사 근로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른 환자를 돌보면서 한 달에 60여만원을 받고 있지만 아들 걱정에 마음이 편치않다.
 이씨는 "손가락에 난 조그만 종양이 암으로 전이되고 있어 손가락을 자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씨는 아들과 함께 매달 서울의 모 병원을 찾아 암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다. 교통비와 병원 치료비가 한 달 수입의 절반을 차지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집을 살 형편도 안돼 언니네서 함께 살고 있지만 눈치가 보여 마음이 불편하다. 간병일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집으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어금니를 깨문다.
 아들은 시내 모 중국음식점에서 요리를 배우고 있다. 불경기에 취직자리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손가락 하나가 없는 자신을 고용할 회사가 많지 않아 걱정이다.
 그러나 이씨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기술을 배워 자기 길을 찾아 나서는 아들이 기특하기만 하다.
 이씨는 "젊은 나이에 저렇게 된 것도 안타까운데 무언가 해보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뒷바라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퇴행성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이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무릎과 다리가 쑤셔 일을 나가기 힘들때가 많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씨는 "생활 여건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것은 견딜 수 있지만 아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현재로서는 아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눈시울을 적셨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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