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서기는커녕 앉아있지도 못하고, 아예 몸을 가눌 수가 없어 늘 누워서만 지내는 다솔이(11)는 고모랑 산다.
 부모는 다솔이가 태어난지 6개월만에 교통사고로 작고했다. 다솔이가 고모 성혜순(가명·50·북구 화봉동)씨 집에 얹혀산지는 어느새 10년이다.
 성씨는 치매를 앓던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연이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병간호를 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죽은 남동생을 생각해 다솔이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고모 집에 맡겨진 다솔이는 어느날 몹시 칭얼거리더니 급기야 호흡이 가빠지면서 심한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보다 뇌의 크기가 작은 소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다솔이는 지능이 2~3개월 유아 수준이다. 음식을 씹지도 못해 우유와 이유식으로 버티고 있다. 그래서 키는 여느 11살 아이만한데 몸은 깡말랐다. 경기를 심하게 일으키면 호흡이 곤란해지면서 온몸이 까맣게 변한다. 성씨는 한 달에 열 번도 넘게 다솔이를 업고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들락거리고 있다. 의사도 다솔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놀라워한다. 성씨의 사랑 덕분이다.
 "다솔이는 인생의 빛입니다. 마음을 맑게 해주는 천사죠."
 성씨는 다솔이를 돌보는 것을 고생으로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마저 앓아눕는 바람에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운영하던 가게도 장사가 안돼 처분하고나니 빚만 남아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지경이다.
 "다솔이가 눈빛과 웃음으로 사랑받는다는 것에 흡족해 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겁니다. 다솔이 우유값이라도 걱정 안하면서 같이 살아갈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죠."
 성씨는 다솔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한다. 219·7552(북구청 공보담당과).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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