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어요. 기침을 심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동네병원 소아과에 데리고 갔는데 그래도 기침이 낫지않고 심상찮게 계속되길래 그때서야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라며 말을 잇지 못하는 김형준(10·온양초 2)군의 어머니는 그 당시를 생각하기 조차 싫은듯 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형준이의 기침소리가 여느 감기때의 기침소리와 다르다고 느낀 엄마는 인근의 온산보람병원을 찾았고, "종양이 발견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우리 아이한테 그런 병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어요 믿을 수도 없었고, 그동안 내가 무슨 나쁜 일을 해서 이런 일이 생기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요."
 병원 진단을 믿을 수 없었던 형준이 엄마는 일전에 다른 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부산의 모 대학병원을 다시 방문,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조직검사 결과는 실패했고, 형준이 고생만 시켰다는 후회가 밀려든 엄마는 주변에서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소개받아 그 길로 서울행을 강행했다.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결국 형준이는 "소아암(악성림프종) 2기에서 3기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형준이는 초등학교 입학을 2달여 앞두고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10개월간을 꼬박 병원에서 암세포와 싸워야 했다.
 다행히 종양은 수술로 제거하지 않고 항암치료와 주사치료만 병행하면 됐기 때문에 그나마 고생은 덜했지만, 항암치료의 영향으로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형준이는 무섭고 싫다면서 수없이 울기도 했다.
 그때마다 엄마의 마음은 찢어지는듯 했지만, 같은 소아병동에 있는 아이들 중에 형준이보다 더 아픈 아이들이 있는 것을 보고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얻고 힘을 냈다.
 또 형준이는 다행이 가슴과 허파 사이에만 종양이 발견돼 항암 치료만 잘 하면 90%이상 생존가능성이 있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위안삼았다.
 "그곳에서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엄마보다 먼저 가는 아이들도 봤고 수술을 몇 차례씩 한 아이들도 있었는데 형준이는 약물과 주사만으로도 치료를 하고 상태가 나아가고 있어서 다행이었죠. 안 아프면 더 좋았겠지만 형준이는 치료만 잘 하면 완치가 되니까요."
 그렇지만 평상심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형준이 엄마에게 요즘도 한달에 50만원 이상 들어가는 병원비가 무엇보다 큰 부담이다.
 형준이가 병원에 입원했던 10개월간 입원비와 약값만도 2천만원이 넘어선데다 앞으로 최소 5년간은 매달 한번 이상씩 서울까지 통원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형준이가 감기라도 들거나 다른 병이라도 걸리면 당장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경우 치료비는 몇배이상 더 들게 된다.
 비행기값이 너무 비싸 고속버스를 타 보기도 했지만, 형준이가 너무 힘들어하기 때문에 돈 몇 푼 아끼려다 애 고생한다는 생각에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다.
 아빠가 사업을 한다고 대출받은 금액이 1억원에 달하는 데다 형준이 치료비로 대출받은 금액도 수천만이어서 한달에 150만여만원인 아빠의 월급만으로는 대출이자 갚는데도 빠듯한 실정이다.
 엄마도 형준이 병원비를 벌어보려고 계속 일했지만 형준이를 혼자 떼 놓고 지내기가 여의치 않자 한달 전에 일을 그만둔 상태다.
 그러나 생활비와 형준이 병원비가 계속 빚으로 불어나게 돼 엄마는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구해보려고 요즘 매일 광고지를 뒤적이고 있다.
 엄마는 형준이가 별로 불평하거나 짜증내지 않고 집에서 잘 지내주는 것이 못내 고맙다.
 "아프니까 원래 내성적이던 아이가 더 말이 없어져서 걱정이긴 하지만 잘 참아주고 있어서 기특하죠. 집 밖에도 잘 안 가고 옷 입는 사소한 일도 힘들어 해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아파서 남들보다 1년이나 늦게 학교에 들어간 형준이가 행여나 아프다고 아이들한테 놀림을 받지 않을까 엄마는 내내 노심초사다.
 엄마는 또 형준이 치료차 서울에 머무는 동안 집안의 첫째로 가족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누나(12·온양초 5)가 한참 예민한 나이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것도 마음에 걸려 했다.
 형준이 엄마는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라면 끓여먹고 준비물 챙겨서 학교 가고 1년동안 엄마가 학교도 한번 안 가봤으니 혼자 얼마나 속을 끓였겠어요"라며 "그래도 집에 내려오고 나서 다시 도닥이고 신경을 쓰고 하니까 상처가 조금씩 나아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픈 형준이를 위해 안방을 일찌감치 내준 형준이 엄마는 "오늘도 자다가 형준이가 손발이 저릴까"라는 생각에 안방을 수차례 들어다 보며 하루라도 빨리 형준이가 건강해 지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 배샛별기자 star@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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