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노인들이 고맙다면서 울먹일 때는 제가 더 미안해집니다. 그리고 마음도 뿌듯하구요. 이런 걸 보람이라고 하나 봅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따뜻한 밥이 담긴 도시락 가방을 들고 북구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을 찾는 정태준(46)씨는 자신도 다리에 약간의 장애가 있지만 지난 4년간 꾸준히 도시락 배달을 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정씨는 6년 전 동구에 있는 무료급식소에서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거창하지 않았다. 정씨는 단지 연말에 이웃돕기 방송을 보면서 느낀 "측은지심" 때문이라고 애써 자신을 낮추었다.
 "어릴 때 아팠던 다리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서 다리에 장애가 조금 있어요. 나이가 드니까 다리가 조금씩 아프더군요. 저보다 사정이 더 나쁜 사람을 생각하게 됐고, 그들에게 조금 관심을 두고 있을 뿐입니다"
 정씨는 처음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가 자기 과시욕 때문에 불우시설을 찾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고 백안시했고, 일부는 얼마 못가 봉사활동을 그만 두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그 때는 남편보다 제가 더 속이 상했어요.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가깝다는 저 조차 남편의 봉사활동을 안 지는 얼마되지 않아요. 어디 간다면서 훌쩍 집을 나가곤 해서 오해를 한 적도 있어요"
 정씨의 부인 유명숙(43)씨는 몸이 불편한데도 일하다가 시간이 되면 도시락 가방을 실은 차를 몰고 나가는 정씨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쓰럽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씨의 마음을 이해하는 열렬한 후원자가 됐다.
 북구 연암동에서 작은 인쇄소(문화이기획인쇄)를 운영하고 있는 정씨 부부는 5년 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을 했으며, 2년 전부터는 "심장병어린이돕기재단"에 매월 1만원의 성금을 기탁하고 있다.
 이밖에 관청에서 수주한 인쇄작업을 할 때는 수익금의 일정 부분을 떼어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고 있다.
 또 "요셉의 집" 등 장애인 시설에 차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공부방에 책을 기증하는 등의 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근 인쇄물이 줄어든 탓에 수입은 많이 줄었지만 정씨의 봉사활동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씨의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전해 듣고 이웃들이 동참해 점점 활동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얼마전 식육점을 운영하는 한 친구는 무료로 도시락 반찬용 고기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씨의 활동에 동참했다.
 "요즘은 아들 딸 학교 보내고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돈으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나름의 철학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두 아이들도 좀 더 크면 저한테 장기기증을 권유받겠죠?" 서대현기자 sd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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